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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앞세운 자동화·무인화로 해양산업 종사자 반발 거세
4차산업혁명 앞세운 자동화·무인화로 해양산업 종사자 반발 거세
  • 해사신문
  • 승인 2018.04.06 08: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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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mbc ‘라디오전망대’ 방송원고(2018년 4월 4일자)
-수요일 오후 18:05~19:00
-진행 : 박성언 윤여상 -구성 : 이선화

 

1-1. 최근에 ‘4차산업혁명’에 대한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해양산업에서도 빅데이터, 블록체인, 스마트, 이런 단어들이 유행하고 있는데... 과연 해양산업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이번 시간을 통해서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4차 산업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1~2년 전부터 이 화두로 세계가 떠들썩 한 것이 사실입니다. 국내에서도 각 방면에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고...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들도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4차산업을 모르면 이야기에 끼지도 못하고... 학계에서도 여러 곳에서 불러주니까 준비를 하는 모양새인데... 제 개인적으로는 실체적인 목표가 뚜렷해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해 봅니다. 4차산업이라는 것도 사실상 우리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때... 해양산업측면에서는 아직까지 시기상조는 아닌지 생각을 좀 더 해봐야겠습니다. 사람이 배제되고 자동화니 비용 절감이니 이것만 외치다보니까 반발도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국회에서 ‘한국형 스마트 조선 해운 4.0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세미나가 열린 적이 있었습니다. “조선과 해운산업 분야에서 대한민국 우리나라가 세계시장를 선도해야 한다” 이런 목적으로 마련된 행사였는데... 물론, 조선과 해운 등 해양산업에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준비에 철저를 기해야만 합니다만... 해양계 구성원들인 우리 선원들과 항만의 근로자들의 입장도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1-2.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4차산업으로 우리 선원이나 항만근로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 무슨 내용인지 자세히 들어보았으면 합니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앞세워서 선박의 무인화와 항만의 자동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육상에서도 무인자동차가 운행되고 있다는 사실 아실겁니다. 선박도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선박 개발이 추진되고 있고... 시일이 걸리겠지만 결국 무인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합니다. 항만에서도 스마트 항만이라는 이름으로 자동화를 통한 무인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화 무인화를 주장하는 입장은 명확합니다. 우리도 여기에 따라가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력에서 밀리고... 결국 산업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겁니다. 설득력이 있고 수긍도 갑니다. 하지만, 현재 해양산업계에 종사하는 구성원들에 대한 배려.... 일자리라고 표현을 하겠습니다. 이들에 대한 일자리 확보도 선제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선원들과 항만에서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데.... 이들의 이야기도 좀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1-3. 선원들이 필요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인데.... 현재 선원계에서는 어떤 입장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무인선박 이야기 말씀드렸는데... 무인선박 이전 단계로 최근에 ‘자율운항선박’이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 설명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의 첨단기술을 적용해 자율적으로 운항하는 선박을 말합니다. 무인선박이 선원이 전혀 없다면 자율운항선박은 최소한의 선원은 승선해서 선박을 운항하는 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부는 자율운항선박이 해운산업의 판도를 바꿀 기술이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서 최근 덴마크 등과 기술협력 MOU를 체결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아직까지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서 선원계에서는 구체적으로 대응에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가 해운산업의 3대 요소로 선원과 선박, 화물을 꼽는데... 앞으로 선원이 빠지고 선박과 화물 이렇게 2대 요소가 되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해보고 있습니다.

 

1-4. ‘승선근무예비역’ 제도에 대한 이야기도 요즘 분분하던데... 이 문제와는 상관이 없습니까?

 

우리 해운산업의 기반이 승선근무예비역 제도입니다. 해양계 교육기관을 졸업하고 일정 기간 승선하면 병역을 대체해 주는 제도가 승선근무예비역 제도입니다. 일각에서는 특혜다... 타 산업과 형평성이 어긋난다... 이렇게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들을 해기사라고 부르는데... 영어로 ‘오피셔’ 군대로 따지면 장교 등 간부를 말합니다. 전쟁 등 국가 위기시에 투입될 수 있는 재원으로... ‘제4군’이라는 표현도 쓰고 있습니다. 일본의 최대 해운선사인 NYK 박물관이 도쿄(요코하마로 수정합니다)에 있는데... 여기에는 2차대전 당시에 투입된 선박과 선원들에 대한 자세한 자료가 남아있습니다. 침략국가인 일본의 예를 들어서 좀 뭣합니다만... 제가 직접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 말씀을 드립니다. 당시 NYK 소속 선박과 선원들이 전쟁물자 운송 등에 징집되어 침몰되고 숨을 거두었는데... 우리나라 국가 위기시에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원이 우리 해기사들입니다. 최근에 병무청이 국가신문고에 ‘승선근무예비역’이라는 명칭을 국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변경하면 어떠냐고 올려놓은 적이 있었는데... 2800여명이 참여해서 99% 이상이 반대를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선원계에서 대거 참여해서 압도적인 반대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만... 해운계와 선원계에서 얼마나 위기감을 갖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고... 국민들도 이 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앞서 4차산업과 관계가 있지 않느냐고 질문하셨는데...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서... 생존권 차원에서 선원계와 해운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1-5. 국민들의 인식을 위해서라고 병무청은 주장하고 있는데...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만...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를 없애려는 시도가 10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해운계와 교육계, 선원계에서 합심해서 국회와 정부를 찾아다면서 가까스로 철회를 시킨 기억이 있습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도 있듯이... 정부의 저의에 대해서 의구심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국방부가 병역 대상이 줄면서 대체인력을 줄인다는 방침을 정한 가운데... 병무청에서 명칭 변경을 이유로 실무회의를 소집하고... 국민신문고에까지 올리면서 아예 승선근무예비역제를 폐지하려는 수순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부산에서 대책회의도 열렸는데... 정치권이나 정부를 상대로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만약 승선근무예비역제가 폐지되면 해양계 교육기관이 문을 닫고... 해운은 물론 연관산업에 악영향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1-6. 다행스럽게도 국민신문고에 99% 이상이 반대했다면... 승선근무예비역 제도 유지에 대한 명분은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선원들 말고 항만근로자들은 반발이 더 크다고 들었는데... 어떻습니까?

 

네, 지난달에 부산항운노조... 부산항에서 근무하는 하역근로자들의 조직체이지요. 부산항운노조에서 '항만 4차산업혁명 시대 지능형 자동화터미널의 항만인력대응방안'이라는 용역보고회를 개최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항만노동연구원에서 용역을 실시했는데... 부산신항이 무인화될 경우에 현장 근로자 2200여명 중에서 88% 이상이 실직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10명 중에 9명은 일자리를 잃는다고 하니까... 당연히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신항의 완전자동화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 항운노조의 주장인데요. 특히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국정방향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큽니다.

 

1-7. 지난주에 부산에서 열린 ‘자동화 항만 구축 정책토론회’에서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이 나왔습니까?

 

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주최 주관한 정책토론회였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자동화 항만의 찬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정부측 주도로 열린 행사여서 정책 추진 방향으로 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신항을 방문해 부산항 미래 선포식을 보고 간 적이 있었습니다. 부산신항의 자동화 항만 정책에 무게를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날 정책토론회에서도 자동화로 인한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확보해서 글로벌 업체와 경쟁을 해야 한다는 논리와 자동화로 인한 대량 실직 사태 등 사회적인 문제를 우려하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앞서 부산항운노조에서 실시한 용역을 맡은 한국항만노동연구원에서는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부어서 자동화를 추진하면 이에 대한 투자비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는데요. 자동화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하역근로자의 대량 실직 사태가 우려되는 만큼, 우리 여건에 맞는 자동화 추진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서 '4차산업혁명'에 대응해서 자동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최상희 항만·물류기술연구실장은 해외 선진 항만의 자동화 사례 등을 소개하면서, 항만의 자동화가 국내 항만의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특히, 최 실장은 앞서 말씀드린 자율운항선박에 대해서 논의가 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항만도 이에 대한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자동화로 인한 대량 실직 사태에 대해서는 45% 가량의 인력을 유지될 것이라는 주장을 했고, 자동화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것고 최 실장은 진단했습니다.

 

1-8. 부산항을 운영 관리하고 있는 항만공사는 어떤 입장인지 알고 싶은데요?

 

부산항만공사 입장에서는 정부의 정책에 대항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항운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편을 일방적으로 손들기가 쉽지 않은 건데요. 항만공사 내부에서도 항만 자동화는 신중하게 시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신항에 밀리고 있는 북항과 현재 건설된 신항의 운영사의 입장도 고려된 것이 아닌가 판단도 됩니다. 앞으로 건설되는 터미널이 완전자동화되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존의 터미널과 생산성 격차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지역 항만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도 내놓고 있는 상황인데... 해결이 쉽게 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1-9. 해양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정도로 문제가 큰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와 경제 위기 탈출이라는 목표를 조화롭게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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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욱 2018-04-17 08:52:51
NYK 박물관은 도쿄가 아닌 요코하마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