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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진해운과 부산항만 실직자들을 위한 연하장
기고/ 한진해운과 부산항만 실직자들을 위한 연하장
  • 해사신문
  • 승인 2016.12.16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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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택 변호사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10월 말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12월 9일 국회에서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내면서 큰 획을 그었다. 이제 구 체제를 종식시키고 새 체제를 만들어 대개조된 대한민국호를 재출항시키는 과제가 남아있다. 한쪽에서는 새로운 대한민국호를 출항시켜야 할 설레임과 기대가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한진해운호와 현대상선호의 침몰을 바라보아야 하는 안타까움과 눈물이 있다.

해운강국을 견인하던 두 배는 어쩌다 침몰하거나 위기를 맞았을까? 무엇보다도 연말연시의 즐거움에 들떠있어야 할 많은 직원들이 한겨울 실직의 삭풍에 내몰리는 상황은 왜 일어났을까? 실직자들에게 그분들의 슬픔이 어디에서부터 왔는지를 반성하면서 결코 그분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얘기를 통해 작은 위로가 되는 연하장을 쓰고 싶다.

해운사태를 일으킨 첫번째 원인은 대통령과 해수부 관료들의 무능과 안일함이었다. 해운업의 특성과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여 해운업계를 대변해 줄 파워맨이 없었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중론이다. 해운항만청 시절이 그리운 이유이기도 하다.

두번째 원인은 금융당국자들과 채권단의 무능과 책임회피를 위한 비겁함이었다. 해운업계를 대변할 파워맨이 없는 공간에서 채권단은 제조업체와 공장을 다루듯선박과 화물을 다루었으며, 자기에게 책임이 돌아오지 않기 위해 구조조정을 금과옥조처럼 밀어부쳤던 것이다. 세계 6대 해운강국을 가능하게 만든 네트워크는 수십년 이상 해운업 종사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쌓아온 것임을 채권단은 몰랐던 것일까?

세번째는 대마불사를 믿은 한진그룹의 경직된 의사결정구조였다. 재벌 회장에 대한 직언이 어려운 구조에다가 ‘버티면 설마 죽이기야 하겠느냐’는 전문가들의 잘못된 조언과 전략이 검은 구름처럼 한진그룹을 뒤덮고 있었다는 증언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네번째는 최은영 전 대표의 무능과 탐욕이었다. 2008년 리먼 사태로 전세계적 규모의 쓰나미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쓰나미는 커녕 파도도 보지 못한 당시 경영진의 무능함과 탐욕으로 부채비율은 155%에서 무려 1455%까지 급등하면서 속으로 다 망가져버렸던 것이다.

다섯번째는 머스크 등 해운강자들의 치킨게임 전략이었다. 국적선사들은 IMF 사태로 부채비율 200%에 묶여 비싼 용선료 구조로 운영할 수 밖에 없었고, 리먼 사태 이후 강자동맹을 통해 상대적으로 약한 경쟁자를 죽이고 시장점유율을 장악하려는 동맹군단의 치밀한 전략을 간과한 채 우리 당국자들과 최은영, 현정은 회장은 헛발질을 하고 있었다.

최근 내가 만난 업계의 전문가분들의 중론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청산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현대해상은 2M 동맹에 끼지 못하고 겨우 선복스와프와 매입을 통한 전략적 협조에 합의했기에 미래가 매우 불투명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해수부 당국자는 “해운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철저히 이행해 국내해운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됐다.

이 말이 과연 한진해운과 부산항만 실직자들에게 희망을 담아 가슴에 와 닿는 말일까? 망한 기업을 살리기 보다 망하기 전에 대비했어야 하는데, 정부당국자들과 금융기관 종사자들 그리고 배부른 경영자들은 책상머리 말씀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는 현실이 눈물나게 쓰리다.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롤도 거의 들리지 않는 겨울 삭풍에 내몰린 실직자분들에게 그래도 대한민국 해운업계를 6대 해운강국의 반석에 올려놓았던 당신들의 삶 자체가 실패하지는 않았다고 외쳐주고 싶다. 거친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는 배를 떠올리면서 가족과 이웃끼리 작은 온기라도 나누기를 바라며, 2017년 닭의 해에 새벽을 알리는 장닭의 홰치는 소리처럼 힘내시라고 위로하며 연하장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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