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4-04-23 23:33 (화)
'위기의 한국선급號', 전영기 회장에게 해법을 듣는다
'위기의 한국선급號', 전영기 회장에게 해법을 듣는다
  • 윤여상
  • 승인 2013.11.05 0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wo Track' 전략 추진해 '종합엔지니어링 서비스그룹'으로 도약
선박이 해외 항만을 드나들고 운항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안전성을 보증받아야 한다.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선박은 운항을 할 수 없으며, 이러한 안전성을 확인하고 보증해 주는 곳이 바로 '선급'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선급(KR)이라는 단체가 사단법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해운 선진국의 선급들은 유수한 역사를 바탕으로 해사(Maritime)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영국의 로이드선급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는 비록 이러한 나라들 보다는 뒤늦게 출발을 했지만 한국선급이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세계적인 선급의 반열인 국제선급연합회(IACS)의 일원으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선급의 글로벌 경쟁력이 심화되면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올초 신임회장 선출과 관련해 주무부처와의 관계도 소원해지면서 한국선급이 어수선한 상황이다. 허리띠를 졸라매자며 임직원들의 임금도 삭감했다. 풍랑 속에서 '한국선급호'라는 배의 키를 잡은 전영기 회장을 본지가 만났다.

지난달 베트남에서 개치된 아시아선급연합회(ACS) 집행위원회에 참석, 영구사무국을 유치하는가 하면, '코마린 컨퍼런스 2013'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분주한 전 회장은 "Global Top Class로 도약을 일구어내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다음은 전 회장과의 일문일답.

<우선 한국선급에 대해 소개를 해 달라>

한국선급(KR)은 해사안전과 해양환경보호를 도모하고 해양기술진흥을 목적으로 지난 1960년에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국내 유일의 선급단체로서 전세계 109여개 선급단체 중 국제적으로 공신받는 13개 선급으로 성된 IACS의 정회원이다.

국내 15개 도시, 해외 50여개 주요 도시에 검사서비스망을 두고 최상의 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조직으로, 자체 연구개발활동(R&D)을 활발히 추진중이고, 국제기구와 정부의 연구개발과제을 수행하며 해양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각종 국제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리 정부와 업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애쓰고 있고, 국내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세계 해양계의 흐름과 동향을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해운과 조선, 기자재 등 관련 업계들간에 상호교류를 도모하며, 해사업계의 발전과 동반성장에 앞장서고 있다.

<회장으로서 역할과 경영철학을 말해 달라>

제21대 회장으로 부임한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지난 1981년 입사한 이후 지낸 시간보다 회장으로써 보낸 지난 반년이 더 빨리 지나간 것 같다. 32년간 재직시 보다 KR의 앞날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했고, 다각적인 소통을 하며 KR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KR은 해사업계의 이해관계 속에서 중립자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모든 고객들과의 동반성장을 앞장서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사업계의 동반성장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고객들로부터 큰 신뢰를 얻어야 한다. 고객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선급은 글로벌 경쟁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신뢰성 확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선급인으로서 도덕성을 갖추는 것이다. 본인은 '투명경영'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도덕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관련업계의 상생을 위한 가교역할을 하겠다.

특히 회장으로서 기존의 선급사업을 극대화하고 동시에 사업다각화를 통해 내실을 강화해 어떠한 위기에서도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할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일류의 '종합엔지니어링 서비스회사(engineering service provider)'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함정사업, 인증사업, 육해상 플랜트와 같은 해양구조물, 녹색선박, 신재생에너지 및 KR 브랜드 사업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하는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iKR(Innovation KR) 과 KRE(KR Engineering Co. Ltd) 등 자회사들과 유기적인 시너지 효과 창출도 도모하고 있다.

또한 세계일류선급으로서 IACS와 IMO 등 국제기구 및 타 선급과의 협력체계를 구축, 국제적인 활약을 하는 것은 물론, 모든 임직원이 영업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발로 뛸 것이다.

<자회사 출범 등 구조적 변화를 추구하면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최근 몇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최초로 한해 등록톤수 1000만톤 증가라는 쾌거를 이루었고, 올초에는 총 등록톤수 6000만톤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료 수입은 증가하지 않았다. 이유는 금융위기 이후 해사업계의 불황이 계속되고 있고, 세계 선급들간에도 5년간 검사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등 과다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급실적이 실질적인 수입증대와 직결되지 못하고 있다. 유례없는 고속성장을 이루고도 국내 선급시장 붕괴라는 암초에 직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고 있다.

선급사업이 이미 레드오션에 진입했다고 판단을 했다. 로이드선급과 노르웨이선급(DNV) 등이 우리와 비슷한 규모에서 사업다각화를 시도해 비선급분야의 비중을 60% 이상 높인 바 있다. 지금은 이들이 위기에 강한, 세계적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KR은 국내 선급시장에서 대부분의 수입이 창출되는 구조다. 따라서 블루오션을 적극적으로 개척하지 않으면 국내선급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고유목적사업인 선박검사분야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선급들이 그랬듯 공공성이 강한 선급서비스 분야와 이익추구를 목표로 하는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Two Track’ 전략을 재정립할 시점이다.

iKR의 출범도 같은 맥락이다. 2007년부터 이러한 위기상황을 예측하고 에너지·환경분야 등 신성장산업분야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기반구축에 전념해왔다. 미래에 대비하여 과감한 기술투자 등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준비한 iKR을 출범시킨 것이다.

iKR은 순수 선급업무의 안정적 수행을 목적으로 출범시킨 것으로 선급업무를 강화하고 생존기반을 확고히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우선 KR과 협업체계를 유지하면서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점진적으로는 기술력과 고급인력을 확보해가면서 에너지 환경 플랜트 등 신성장사업과 미래 신기술 R&D,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매니징 및 컨설팅 업무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해운경기 불황과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의 강화됨에 따라 기존의 튼튼한 선박을 넘어선 고부가가치선박의 선형개발, 에너지절감형 선박, 그린쉽까지 첨단·융합 기술의 요구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과거에는 안전하고 튼튼한 선박을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을 목표로 해왔지만, 지금부터는 선박의 안전에 더해 고부가가치, 친환경 등 각 분야의 기술이 융복합된 선박의 기술개발을 목표로 변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각 분야별 연구개발을 통한 융·복합기술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연스레 분야별 전문가 그룹이 필요하다. 기존 선급 조직에서는 이러한 규모의 연구를 수행할 조직을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다. iKR은 이러한 연구를 전담하는 역할을 수행해 나가게 된다. 미래 신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개발 및 M&A 등 투자비용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보다 효율적인 기술 선도를 통해 선급업무를 지원해 나가는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선급의 강점과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기술능력 측면에서 KR은 타 선급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고, 오히려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IT를 접목한 기술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는 KR의 자체 개발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본다.

KR이 개발한 국제협약전산화 프로그램인 KR-CON은 복잡하고 난해한 국제해사협약들을 직원들은 물론, 조선소, 선주, 선박운항자 등 해상종사자들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 IMO로부터 현대 소프트웨어 기술과 국제협약의 특성을 가장 완벽하게 접목한 걸작이라는 호평을 받아왔다. 얼마 전에는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KR-CON 모바일 웹버전을 선보여 선사의 비즈니스 처리 효율성을 향상하는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또한 KR의 오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독보적인 선박설계 및 건조 평가 프로그램인 SeaTrust 시리즈는 1990년대 초부터 개발을 시작한 이래 최신 이론과 IT 기술을 지속적으로 접목하며 모형실험 및 실선 측정 자료를 이용한 검증을 통해, 더욱 정확한 해석 결과를 제공하며 국내외 조선소, 설계회사, 그리고 선급, 학교, 연구소 등 수 많은 사용자들의 선박 설계 및 연구에 대한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아울러 KR은 올초 IT를 융합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의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용 선박 정보 제공 어플리케이션인 SMART FLEET를 출시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는 추세에 따라 개발된 SMART FLEET은 KR에 등록된 선박 및 PSC 정보, 선급 및 강선규칙 문서 등의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신속히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외국정부대행 선박검사권 확대에 주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외국정부대행 선박검사권 확대의 가장 큰 목적은 '선주의 편의 도모'다. KR로 등록하려는 선박의 선주가 어느 특정한 기국을 선택할시 해당 기국의 정부대행검사권이 없다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진다. 따라서 선주의 편의 도모 및 세계적 수준의 선급 검사 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외국정부대행 선박검사권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 검사권을 수임받은 한국정부를 포함한 64개국 주관청과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긴밀한 연락 체계를 유지해 항만국통제(PSC) 점검 등에 능동적으로 준비하고 대처할 수 있다.

<최근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는데...>

KR의 금년도 신조선의 등록업무 수임실적은 타선급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불황이 장기화되어 절대적인 선복량이 부족해 적자경영은 불가피하다. 또한 고객과 고통을 분담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지난 8월 초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전 임직원 연봉 5% 삭감 ▲사업성 예산 15% 절감 ▲불요불급한 사업의 합리화 등을 통해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계기로 전 임직원들이 위기의식을 공유하여 이를 타계하기 위한 노력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업무혁신과 성과 중심의 문화가 정착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조치다.

하지만 KR은 인재를 재산으로 하는 만큼 비상경영체제 중에도 임직원들의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 강화 및 직원 사기진작 등을 위한 복지는 지속적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우수한 전문인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KR은 기술단체로서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며 이 기술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인재가 가장 큰 재산이다.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그들의 역량을 양성하는 것이 KR의 발전과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인재들의 역량을 하나로 집결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경영층과 직원들간의 격식 없는 소통이 필요하다. 여기서 얻어지는 아이디어를 경영정책에 반영하게 되면 직원들과 회사와의 일체감을 형성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곧 조직역량 증대로 이어진다.

소통의 일환으로 입사 3년차 직원들로 구성된 주니어보드를 구성해 주요 경영, 전략회의에서 중요 안건이나 문제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항들이 나와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회사 인트라넷 사내 토론방 운영, 정기적 전사경영설명회 등을 통해 회사 상황과 비전에 대해 전사적으로 공유하고 있고, 동아리 활동 지원, 자율출퇴근제, 패밀리데이 및 캐주얼데이 시행 등 행복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행복해야 KR의 경쟁력도 향상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최근 대한민국 창조경제 CEO대상에서 기술혁신부문 대상 수상 및 국가생산성대회에서 인재개발 부문에 장관표창을 수상했다. 인재개발을 통한 기술 역량 강화라는 KR의 신념과 부합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깊었다.

<한국선급의 비전과 향후 발전계획을 들려 달라>

KR은 올해 'Smart CoTA'라는 새로운 비전을 정립했다. CoTA는 'Comprehensive Technical Advisor'의 의미로 '종합적 기술조언자로서 한국선급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상생과 협력의 산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이를 통해 KR은 세계 일류 엔지니어링 서비스 그룹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또한 미래 신기술의 연구개발을 지속 추진하고 이를 업계에 적극 전수하여 우리나라 조선산업을 비롯한 해사업계와 녹색산업업계 모두가 지속적으로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다.

현재 경기가 어렵지만 '위기 속에서 기회가 온다'고 믿는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해양분야에서는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전개하고 기술력을 강화할 것이다. 비해양분야에서는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KR은 이러한 노력을 발판으로 작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욱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도전하여 'Global Top Class'로 한 걸음 더 도약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