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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해양오염방제국장에게 듣는다
김상운 해양오염방제국장에게 듣는다
  • 윤여상
  • 승인 2013.07.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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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 방제능력 목표치 달성...초동대처부터 만전 기한다”
지난 2007년 12월 우리는 사상 초유의 해양오염사고에 직면했다. '허베이스프리트호' 사고로 불리우는 이 사고는 1만2000톤의 원유가 서해안을 뒤덮은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한 번도 당해보지 않은 재난 앞에 정부도 국민도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해양오염관리과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던 김상운 현 해양경찰청 해양오염방제국장은 즉시 현장으로 투입돼 방제작업에 참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지난 1980년 해양경찰에 입문해 현재까지 30여년간 방제업무를 맡고 있는 김 국장이었지만 그로서도 처음 접하는 국가 재난 앞에서는 너무나 암울한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해양경찰이 올해 창설 60주년을 맞았다. 해상치안을 확립하고 해양환경보전과 해양오염방제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해양경찰의 주 임무다. 허베이스프리트호 사고 이후 해경의 방제역량을 들어보고 준비상황을 듣기 위해 방제실무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상운 해양경찰청 해양오염방제국장을 만났다.

<"기적 일구어냈지만"..."해양오염사고는 '예방'이 우선">

해양경찰청 사무실에서 만난 김 국장은 지금도 허베이스프리트사고 당시 촬영한 수많은 사진들을 점검하면서 문제점과 보완점을 연구하고 있었다. 있어서는 안되는 사고지만 만약에 이와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한다면 초동대처부터 시작해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것이 김 국장의 목표다.

김 국장은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해안에서 기름파도가 밀어닥치고 있는 상황에서 방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로서 한숨을 돌릴 처지도 없었다"면서 "과연 우리가 이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너무도 암담한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정부의 각 부처에서 모여 대책본부가 꾸려지고 국민들이 직접 자원봉사자로 나서면서 '기적'은 일어났지만 기적을 일구어내는 과정에서 당시 기동방제과장으로서 김 국장은 "자원봉사자들의 안전과 피해주민들의 호소에도 신경을 써야 했기 때문에 방제작업 이외에도 이중 삼중으로 고초가 있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기동방제과장으로 현장에서 1년여를 근무한 그는 한 달에 한 번 집에 들어갈 정도로 아예 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해야만 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방제작업에 투입된 해양경찰 대부분이 대부분 김 국장과 같이 이러한 생활을 했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해경 등 대책본부에서 주요 거점 지역에 대한 해상 유출유가 제거되고 각 해안의 방제지도가 차츰 그려지면서 방제작업에 속도를 냈다. 김 국장은 당시 그려진 방제지도를 보여주며 "해경과 주민들이 전하는 정보를 기초로 피해상황과 방제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음을 강조했다.

연인원 120만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설 정도로 두 달여만에 방제작업이 안정화되면서 기적의 바다를 만들어냈다. 그곳에 방제전문가 김 국장이 있었고, 이들로 인해 올해 바다의날 행사가 당시 검게 기름으로 뒤덮였던 태안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곳이 5~6년전 기름바다였다고 전혀 믿기 힘들 정도로 깨끗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해양방제정책 방향성 있어야...방제비 선지급, 방제지도사 도입 필요>

김 국장은 이 사고 이후에 방제에 관한 공부에 몰두했다. 지난해 2월 한국해양대학교에서 '우리나라 국가해안방제모델 개발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것이 그 결과물이다. 또한 같은해 4월 해양환경안전학회 학술대회에서 '미국 멕시코만 오염사고 분석을 통한 국가방제정책 개선방안 연구'<제17권3호>라는 논문을 발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참고로 김 국장은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해안방제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김 국장이 제시한 8가지 방향은 ▲해양방제조직 및 역할 정립 ▲국가방제자원관리시스템 도입 ▲해양오염 정보 공유 ▲사고초기 현장안전관리 ▲해안방제 의사결정 정립 ▲방제비용 선지급 ▲어선 임시방제정 활용 ▲과학적인 지원 등이다.

김 국장은 "지난 사고는 물론 다양한 해양사고를 기초로 연구한 결과 이같은 방향성을 도출하게 됐다"면서 "우리도 효율적인 방제모델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보다 나은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허베이스프리트사고 당시 방제를 위해 주민들과 업체에서 방제정을 동원하고 힘을 보탰지만 방제비 지급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만약에 방제비 문제로 방제가 중단되거나 방제를 거부할 경우 피해는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국가가 방제비 선지급제도를 만들어서 우선 지급하고 구상권 등을 이용해 회수하면 된다는 것이 김 국장의 주장이다. 해양경찰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연구용역을 마친 바 있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예산부처인 기획재정부 등의 적극적인 검토와 이와 관련한 법령정비가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더불어 방제전문가의 육성도 시급하다. 김 국장은 사고초기 초동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자격제도를 갖춘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명 '방제지도사' 자격을 만들어서 운용을 하면 사고시 긴급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류오염사고가 발생을 하면 이를 조사하기 위한 업체들이 난립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방제업무를 이해하고 국제기금 등 보상을 이해하고 있는 방제지도사를 신속하게 양성할 필요성이 크다.

<허베이사고 타산지석으로 삼고...주의, 또 주의!!!>

김 국장은 허베이스프리트사고 이후에 방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해경은 3000톤급 다목적 방제정 1척과 150톤 이상 전용방제정 21척을 보유하며 민간과 함께 국가방제능력 확보목표 2만톤을 달성했다. 또한 유회수기 86대, 오일펜스 30㎞ 등을 확보하고 있다.

더불어 사고초기에 필요한 방제자재를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 원유선 입출항이 빈번한 여수항, 대산항 및 울산항 등 3개소에 비축기지도 신축했다. 김 국장은 "국가긴급방제계획을 전면 개편하는 한편 과학적 방제조치와 현장 중심의 전문교육 훈련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초동 대응능력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해양오염사고에 대한 해경의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김 국장은 "우선적으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해양사고 30% 줄이기에 적극 동참해 예방활동에 주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국장은 "대부분의 오염사고가 부주의로 인한 인적과실로 발생되고 있는 만큼 액체물질운반선은 물론 저장시설에 대해서도 예방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오염사고에 대비해 해역별 특성에 따라 방제전략을 지원하기 위한 해양오염대응정보시스템과 해안방제지원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밖에도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인근 국가와 함께 대규모 해양오염사고를 대비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기적인 합동방제훈련을 실시해 협력체제를 강화한다는 것이 해경의 방침이라고 김 국장은 설명했다.

특히 김 국장은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무엇보다 침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장이 비상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사고현황을 해경(122)에 즉시 신고하고 오염에 대비해 밸브 차단 등 초동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만으로도 상당부분 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김 국장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훈련이 따라야 한다고 김 국장은 덧붙였다.

김 국장은 "지난해 우리나라 유조선 입출항 횟수가 무려 8만4000여 차례에 달하고 운송되는 양도 3억2000만톤에 달한다"면서 "허베이스피리트호 유출량의 수십배에 달하는 수십만톤의 유출사고 발생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자칫 한 순간의 실수가 재앙이 된다는 것. 허베이스프리트호에서 충돌을 피하려는 노력을 조금만 했던들, 아니면 삼성중공업에서 무리한 운항을 하지 않았던들, 이러한 사고는 아예 발생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대부분의 사고는 인간의 실수로 발생하며 조금만 관심을 갖고 미리 주의를 기울인다면 피해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선원들은 운항규칙 등 안전수칙을 준수해 운항하고 해양오염비상계획서(SOPEP)에 따른 방제교육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유류를 취급할 때는 오염방지관리인이 입회해 지휘 감독을 철저하게 수행한다.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은 야간이나 기상이 불량하면 무리한 항해나 유류 작업을 하지 않는다. 해운업체도 해양오염비상계획을 세우고 초동방제에 필요한 방제물품을 비치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내용을 충실하게 지키기만 한다면 우리에게 재앙은 없다는 것이 김 국장의 충고다.

<김상운 해양오염방제국장은?>

1955년 대구 출생으로 경성대학교에서 공학석사, 한국해양대학교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다. 1980년 해경에 입문해 해양수산부 안전관리실에 잠시 근무한 것을 제외하면 해경에서 30여년간 봉직해왔다.

남해해경청 해양오염관리과장, 해양경찰청 기동방제과장, 방제기획과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2월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해 해양오염방제국장을 맡고 있다. 방제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근정포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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