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4-04-20 09:35 (토)
POSCO, 일본선사와 전용선 수송계약 체결
POSCO, 일본선사와 전용선 수송계약 체결
  • 김기만
  • 승인 2004.05.19 04: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적선사 배제한채 수의계약 ‘물의’


국민기업인 POSCO가 우리나라 국적 외항해운선사들을 배제시킨채 일본선사와 수의계약으로 전용선 장기수송계약(COA)을 체결함에 따라 제조업에 이어 국내 해운산업의 공동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POSCO가 전용선에 대해 신조선을 포함해 외국선사와 장기수송계약을 체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세계적으로 전략수송물자로 간주되는 철광석의 장기수송권은 엄격하게 내국법인에 제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POSCO의 철광석 장기수송권 해외유출은 엄청난 파급여파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체 한국상선대 1680만DWT(재화중량톤)의 37%에 달하는 620만톤 가량이 POSCO의 철광석 수송과 연관돼 있어 장기수송권의 해외유출은 곧 국내 해운산업의 존립기반 해체로 이어지고, 그동안 어렵게 구축한 주요 정책화물에 대한 안정적인 수송망이 와해돼 경제안정은 물론, 국가안보 마저 위협받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세금 한푼 내지않는 외국기업에게 주요화물 수송권이 넘어가고 엄청난 운임이 해외로 나가는 등 국부유출과 함께 신조선 발주기회 상실로 국내 조선, 금융 및 보험 등 관련산업과 일자리 창출 및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건설 등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만이나 일본도 철광석이나 석탄을 수송하는 전용선에 대해서는 수송입찰 자격을 자국기업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도 철광석의 장기수송권을 외국선사에 내주는 사례는 거의 없다.

이는 철강원료인 철광석이 국가전략물자로 간주하는데다, 수송물량 또한 대량인 관계로 자국해운산업 육성에 필수적인 화물이고 국가경제 및 안보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해운업계는 국내 최대화주인 POSCO측이 18년간 장기수송계약이 끝난 일부 국내 해운선사 전용선에 대해 연장계약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국내업체들을 철저히 배제시킨 상태에서 신조선을 포함한 전용선 장기수송계약을 일본선사와 체결했다는 점에서 충격에 휩싸여 있다.

한국선주협회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POSCO가 다수의 일본선사와 신조선에 의한 전용선 장기수송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의 개시 시기 및 계약 척수 등 상세한 것은 불명확하지만 17만∼20만톤급의 신조선을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POSCO측은 일본선사와 전용선 장기수송계약을 체결한 것은 물류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내 선사들은 선박금융을 제외하면 일본선사 보다 더 나은 동등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금리가 거의 제로(0)로 선박금융면에서 일본 해운기업들이 우리 해운기업 보다 월등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국내 해운기업 조달금리가 일본에 비해 높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선박금융 측면을 제외하면 모든 부문에서 경쟁력을 고루 갖추고 있으며, 특히 전용선 부문에서는 세계 일류 해운기업이다.

또한, POSCO와 전용선 장기수송계약을 체결한 국내 해운기업들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POSCO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해 왔기 때문에 POSCO측이 갑작스레 일본선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명분이 없다.

한편, POSCO의 제철원료 수송은 지금까지 국내선사 소유의 전용선으로 전체 물량의 80% 수준을 수송하고 있으며, 지난해 2/4분기 이후 해상운임의 급등으로 인해 타화주(제철소, 한전, 제분협회 등)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국내 전용선사들의 저운임 서비스를 바탕으로 POSCO의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POSCO가 현재와 같은 국민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운항기술과 인적자원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해운업계의 안정적인 철강원료의 수송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POSCO의 석연찮은 일본선사와의 수의계약에 대하여 극심한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선주협회는 POSCO의 이러한 움직임이 동북아물류중심국 건설을 국정과제의 핵심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참여정부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처사로서, 동북아물류중심국 건설이 해운 및 물류가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대책이 범국가적 차원에서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강조하고 있다.

선주협회는 또 POSCO측이 단기실적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국내기업의 여건을 감안, 장기적인 차원에서 운송시스템의 안정과 일자리 창출, 선하주 공존공영에 의한 국가경제 발전 등 대국적인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