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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해양캠페이너 박지현씨를 만나다
그린피스 해양캠페이너 박지현씨를 만나다
  • 심아람
  • 승인 2013.06.04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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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각종 활동과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자연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이에 지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바다의 문제도 간과할수 없게 됐다.

오래 전부터 바다의 이미지는 어머니에 비교되며 끝없는 내리사랑을 주는 존재로 인식돼 왔다. 땅과 달리 특별히 비료를 뿌리지 않아도 그물만 내리면 물고기가 잡히고, 오물을 버려도 크게 포용해줬다.

하지만 내리사랑만으로 어쩔수 없는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바다는 이제 수자원이 부족해 빈 그물로 배를 돌려 보내고, 한계치를 넘은 오폐물은 바다를 돌아 다른 곳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

또한 산업화로 인해 바뀌어버린 환경 역시 해양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다의 온도는 올라가 수산물에 질병을 유발 시키기도 하고, 산성화로 인해 생물이 건강히 성장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내리사랑만 할 줄 알았던 바다가 지쳐감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해양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아픈 바다가 다시금 건강해 질 수 있게 처방을 내리는 바다의 의사 '해양캠페이너' 박지현씨를 만나보았다.

=‘해양캠페이너’라는 직업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닌 듯 합니다. 이 길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습니까?

저도 남들과 같은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첫 아이가 태어난지 6주만에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링겔에 의지해 아무것도 먹지 못 한채 혈액검사 등 각종검사를 받았지만 의사는 결국 병인을 찾을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최종 내련 결론이 '환경오염 때문에 엄마 젖이 오염됐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아이의 병은 평생 가져가야 할 병이라고 했습니다.

처음으로 세상이 무서워 졌고, 제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님을 느꼈습니다. 또 환경오염 탓이라고 쉽게 말해버리고 끝내버리는 현대의학, 정확히는 인간의 과학기술에 분노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직접 ‘행동’에 나섰습니다. 환경단체(당시환경연합의시민환경연구소)에 가서 자원봉사와 함께 환경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시민환경 연구소 실장님이었던 최예용 선생님 덕분에 본격적으로 환경운동가로 일 할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그러다 묘하게 연이 닿아 국제환경단체남극보호연합(ASOC)에서 남극과 남극해보존캠페인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캠페인(campaign)’이란 원래 군사용어로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위해 행해지는 작전이나 전술, 전투 등 일련의 조직적인 행위를 말합니다. 이러한 용어가 다른분야에까지 확대되면서 환경분야에서도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그린피스와 같은 국제환경 단체활동의 핵심은‘캠페인’입니다.

마치 군대처럼 조직적인 일련의‘행동’을 통해 환경문제와 관련해 정치, 사회, 문화적인 면에서‘긍정적인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그린피스의 환경캠페인입니다. 이러한 캠페인을 기획, 조직, 실행, 지휘하는 것이 캠페이너입니다.

=최근 원양어선의 불법 어업 문제로 국회에서 발표를 하셨습니다. 발표를 준비하시는 것도 힘드셨을 듯 한데 그 준비와 지금의 진행과정이 궁금합니다. 또 해수부 윤진숙 장관께서는 “원양업계가 억울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OECD국가인 우리나라가 나라 밖에서 그런 오명을 쓰는건 잘못됐다”며 강력히 대처하시겠다고 하셨는데, 해수부와 협의는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사실 최근 몇년 전부터 국제사회에서는 한국 원양어업의 불법어업 문제가 점점 중요한 문제로 불거지고 있었습니다. 실제 전 농림수산식품부가 2011년 8월에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당시 이미 '국내원양어선들의 불법어업사례가 집중 확산되는 추세'라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2012년까지 남극보호연합(ASOC)의 캠페이너로 일하면서 호주에서 개최되는 남극 해양생물자원 보존위원회(CCAMLR) 연례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당시 회의장에서 한국내 원양업체의 보존조처 위반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져나왔습니다.

이 회의에서는 또 위원회 회원국들 간에 전 세계각지의 지역 수산기구에 보고된 불법어업 내용이 공유되는데, 한국의 불법어업 건수가 증가하면서 문제국가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국제사회는 몇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이에 대한 경고와 시정조치를 요구해 왔습니다. 정부와 업계만 뒷짐을 지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던 와중에 2012년 초부터 그린피스가 국내 원양어업의 문제와 정책에 관해 조사를 하던 중 2012년 말 미국이 한국을 불법어업(IUU) 국가로 지정 할 예정임을 미국 쪽 NGO로부터 듣게 됐습니다.

이처럼 지난 몇 년간 누적된 한국원양업계의 문제, 국제사회의 움직임, 또 개인적인 조사활동 끝에 지난 4월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원양어업 불법어업(IUU)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고, 5월에 국회에서 관련 정책 워크숍도 열게 됐습니다.

보고서와 워크숍 모두 국내외 반향이 컸는데, 그만큼 국내 원양업계와 정부관계부처가 문제를 키워왔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해양수산부는 저희와 함께 공동 워크숍을 개최한 국회의원 분들과 의원 입법발의 형태로 원양산업 발전법 개정안을 준비중 입니다.

특히 국회 워크숍에도 적극 참여해주시고‘해수부, 그린피스와 불법원양어업 근절에 함께 나서’라고 보도자료까지 내시는 것을 보니 매우 기대가 큽니다.

그린피스를 이 사안에서 중요한 ‘당사자’로 인정하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법률개정안 과정뿐 아니라 향후 전반적 해양수산 논의에서도 저희와 ‘함께’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사실 사람들이 해양오염이 심하다는 말을 많이 듣기는 하지만, 크게 인식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불법어업 문제 이외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해양환경 부분의 문제점이 있다면?

잘 아시다시피 지구의 70% 이상이 바다입니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와 산소, 모든 것이 바다로부터 옵니다. 그러나 전세계 과학자들이 직접 탐사해 본 바다는 아직 5%도 되지 않습니다. 또 바다에는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종 중 80%가 살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해양환경 문제는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해양 생물자원 남획입니다. 현재 우리 인류가 대규모의 산업화된 어업형태로 물고기를 잡기 시작한 이후 현재 전 세계 수산자원의 87% 이상이 고갈 위기입니다. 밥상에 오르는 수산물의 가격이 매년 크게 뛰는걸 보면서 이러한 위기를 실감합니다. 돈이 되는 물고기, 참치와 같이 상위 포식 어류들이 사라지면서 해양생물 전체의 먹이망과 생태계가 교란됩니다.

또 다른 문제는 우리가 육상에서 처리 못 하는 온갖 쓰레기와 독성물질을 바다에 내다버리는 ‘해양투기’문제 입니다. 이로 인해 바다의 생태계가 파괴됩니다. 2년 전 후쿠시마 원자력 폭발이후 엄청난 양의 방사능 물질을 갖다 버릴데가 없으니 결국 바다로 버렸습니다. 그 피해를 인접국가인 우리가 고스란히 받고 있습니다. 주변의 많은 이웃들이 생선먹기가 꺼려진다고합니다.

또 중요한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생태계 변화와 해양 산성화 문제입니다. 바다의 수온과 성질이 변하면서 생물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됩니다. 연근해에 해파리떼가 극성을 부리는것, 껍질이 녹는 조개가 출현 하는 것, 이 모든 것은 시작에 불과할 겁니다. 우리가 시급히 보존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더 큰 재앙을 맞게 될겁니다.

그래서 그린피스는 전 지구적으로 지속 가능한 어업을 시행하고 해양보존구역(Marine Reserve)을 지정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양 이라는 것이 우리나라만 고려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세계 곳곳의 해양환경을 신경쓰셔야 할 텐데, 캠페이너로 활동하시면서 있었던 일들 등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소개 부탁드립니다.

2012년 작년 제주도에서 세계 자연보전 총회(IUCN)가 열렸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많은 환경운동가분들이 오셨습니다. 그때 남극해 보존캠페인의 일환으로 미국의 해양학자이자 해양환경 운동가인 실비아얼(Sylvia Earle) 박사님을 뵙고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평소 존경하던 분이라 매우 설레였습니다.

인터뷰 중에 그분이 제주도의 해녀를 만나보고 아주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해녀는 정말 필요한것만 선별적으로 지혜롭게 채취한다"며, "인류가 배워야 할 ‘지속가능한어업’"이라고 극찬하셨습니다.

우리나라의 수산업 전통을 전문가이자 외부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시각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활동을 하시면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나라가 국제 해양기구나 수산기구회의에서 ‘해양환경보존’의제를 멋있게 먼저 제출할 수 있을 정도로 환경인식 수준을 높이고 싶습니다.

국제회의에서 우리나라가 단기적인 국익에만 매달려‘소탐대실’하는 것을 많이 봐왔고, 그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 국민들 대부분의 진정성과는 다르게 많은 오해를 받는점이 안타깝습니다.

환경보존을 말하고 실천하는 것이 절대손해가 아니며 오히려 장기적으로 공동체 전체에 이익이 된다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 되게 하고 싶습니다.

=해양캠페이너로서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린피스와 같은 비정부기구(NGO)가 우리사회를 위해 하는 일들과 역할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생업에 종사하느라 바쁜 대부분의 시민들을 대신해 공권력이 하는 일을 감시하고, 문제가 있다면 개선될 수 있도록 이를 사회에 알리고 대안을 제시합니다.

결국 시민 여러분들과 공동체를 위한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희가 하는 해양보존 활동에 더욱 관심가져 주시고 격려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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