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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의 베링 지역 협력과 북극 정책에의 함의
미국과 러시아의 베링 지역 협력과 북극 정책에의 함의
  • 해사신문
  • 승인 2012.11.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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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 베링 지역 협력에 관한 공동 성명 발표
앞서 필자는 ‘러시아의 북극해 관광 개발 사업에 참여 필요’(2012년 9월 21일)자 기고를 통해 북극권의 최대 지주인 러시아가 국가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Russia Arctic National Park’의 의미와 성과에 대해 소개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타 지역에 비해 낙후된 지역 경제를 관광 개발을 통해 활성화하고 현재 지정된 국립공원을 확장하거나 추가로 지정하여 북극해 관광을 확대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필자의 이 같은 전망은 올 해가 가기 전에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9월 APEC 회담에서 베링 지역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성명은 북극권의 두 강대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북극의 현안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점에서 이번 성명에 나타난 공동협력 구상의 배경과 구체적인 내용, 향후 북극권 경쟁 구도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에 대해 두 차례로 나누어 기술한다.

미국과 러시아의 두 나라 외무장관이 발표한 “베링 해협 지역에서의 협력에 관한 공동 성명”은 이 지역의 자연 유산과 북극권 환경을 보존하고 원주민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 성명에는 두 나라가 공동으로 협력할 대상지가 적시됐는데, 미국의 대상지역은 알래스카의 자연보호구역인 ‘Bering Land Bridge National Preserve'와 국립 기념물인 ’Cape Krusenstern National Monument'로 그 면적은 12,949㎢이다. 러시아의 대상지는 츄코트카(Chukotka)의 ‘Beringia National Park'로 그 면적은 1만6187㎢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조만간 이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두 나라는 이 지역을 통해 국경을 초월하는 공동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지역의 동식물과 자연 환경에 대한 보호, 원주민의 문화 전통과 고유 언어 보전, 보호와 관리 및 과학연구를 위한 국가 간 협력, 환경에 대한 효율적인 모니터링 등의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두 나라는 올해 말까지 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한 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

이번 성명을 통해 협력 대상으로 적시된 지역은 오래전에 하나의 육지로 연결되었던 곳으로, 두 나라가 같은 역사와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는 동질화 인식과 공통의 유산을 향유하고 있다는 공감적 이해에 기초하고 있다.

베링 해협을 사이에 두고 대항하고 있는 러시아 츄코트카와 미국 알래스카 지역은 약 1만2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에 바다의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아시아와 아메리카를 땅으로 연결했던 ‘Beringia' 지역이다. 이 통로를 통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거주민과 생물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했다.

1867년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미국에 매각하면서 두 나라의 국경은 베링 해 가운데에 있는 ’Big Diomede(러시아)‘와 ’Little Diomede(미국)‘으로 분리됐다. 하지만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동일한 사회 생활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지역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되었다.

북극권 원주민과 북극 자연에 대한 보존의 필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미국과 소련의 두 정상은 1990년에 베링 해협 사이에 ‘Beringian Heritage International Park'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1991년 정부 주도로 ’Shared Beringian Heritage Program'을 만들어 원주민과 지역 인문·사회·역사 문화에 대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도 1993년 츄코트카 지역의 해안을 포함하여 30,532㎢에 이르는 ‘Beringia Nature Ethnic Park'를 설립한데 이어, 이 공원의 일부 지역을 자연보전지구로 지정했다.

두 나라가 설립하기로 합의한 국제 공원은 이후 소련의 붕괴에 따른 정치적 혼란, 1990년에 베링 해에 획정한 어업경계선의 두마(러시아 국회) 비준 지연, 지역 사회에 대한 경제 지원 부족, 영토 주권을 훼손한다는 반대 의견 등으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의 ’Shared Beringian Heritage Program'이 중심이 되어 양국 원주민의 문화 교류 지원, 자연과 역사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공동 연구, 매년 ‘International Beringia Days Conference'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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