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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항성 부재와 그에 대한 선주 악의도 보험자 면책 안됨
감항성 부재와 그에 대한 선주 악의도 보험자 면책 안됨
  • 해사신문
  • 승인 2012.08.21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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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화물선 GP호 좌초사건
海事辯論 ‘正道’ 도덕환 심판변론인
(yti12345@naver.com, 010-9116-7333)


*사고개요
벨리즈 선적의 총톤수 1,253톤인 일반화물선 GP호는 부산항에서 보험계약의 조건인 현상조사 및 수리를 받은 후, 출항하여 1996. 1. 28. 13:00경 중국 뉴잉코우항에 입항하여 화물준비 차 정박, 대기하였다.

그리고 같은 달 30. 10:30경 화물인 마그네사이트 약 1,348톤을 적재한 후 같은 달 31. 12:30경 출항하여 목적지인 일본의 쿠타감항을 향하여 항해하던 중, 크고 작은 유빙에 갇힌 채 충돌됨으로써 항해를 계속하지 못하고 유빙과 조류에 표류하면서 같은 해 2. 1. 21:30경 북위 40°09′34″, 동경 121°48′04″해상의 모래톱에 좌초되었다.

이 선박은 그 후 같은 달 3. 18:30경 예인선 2대에 피예인되어 뉴잉코우항에 입항하였다가 침수량이 많으므로 화물을 긴급 양하하여 같은 달 6. 02:30경 양하 완료 후 다시 피예인되어 같은 달 19.경 중국 대련항에 입항, 대기하다가 같은 달 27.경 대련의 남성조선소에 접안하였다. 이 사고로 GP호는 선체의 외판, 기관실 내부의 기기, 프로펠러와 축계, 방향타 등이 손상되었다.

*보험계약 체결
선박관리자인 H해운 주식회사는 1995. 10. 23. D보험 주식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피보험자는 선주, 보험기간은 1995. 10. 23. 12:00부터 1996. 10. 23. 12:00까지, 보험목적은 선체 및 기타 기물, 보험가액 및 보험금액은 각 미화 50만$, 보험료는 미화 28,XXX$로 하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그 보험료를 납부하였다.

*보험계약 내용
이 사건 보험계약은 해상, 강, 호수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 위험, 적하 또는 연료의 선적, 양하 또는 이동 중의 사고, 기관의 파열, 차축의 파손, 또는 기관이나 선체의 잠재적 하자 등으로 인하여 선박이 전손된 경우(현실전손과 추정전손을 포함)만 담보하며, 추정전손과 관련하여서는 보험금액을 수리완료 후의 선박가액으로 간주하고 1회의 사고 또는 동일 사고로 인한 연속된 손상에 관련된 비용만을 고려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영국의 법과 관습을 준거법으로 지정하였다.

*선주의 보험금 지급 요청
이 선박의 손상에 대하여 선적국인 벨리즈의 항만검사원이 검사를 하였고, 그 권고에 따라 선주는 1996. 3. 4.경 대련 남성조선소로부터 직접 수리비로 미화 631,XXX$의 견적서, 대련 송련 제1조선소로부터 직접 수리비로 미화 569,XXX$의 견적서를 각 제출받아 같은 달 21. D보험 주식회사에게 이 사건 사고는 추정전손에 해당하므로, 위부와 동시에 보험금의 지급을 구한다는 통지를 하였다.

* GP호의 선체 상태
이 사건 선박은 사고 당시 이중저 발라스트 탱크의 격벽, 선저 외판 및 타축에 부식 또는 균열이 있는 등 해상운송에서 통상 일어날 수 있는 해상위험을 견디어낼 수 있을 만큼 적합한 상태에 있지 아니하였다. 즉, 이 선박은 사고 당시 21년 전인 1974. 1.에 건조되어 노후되었고, 한국선급은 그 선령에 비하여 나쁜 상태로 유지되었으며, 남경산업 등으로부터 제1호 발전기, 좌현과 우현의 건현표 등을 수리하거나 교체하였으나, 한국선급의 지적사항을 완전하게 수리한 바가 없는 사실, 이 선박의 이중저 발라스트 탱크가 부식으로 인하여 위험이 있으므로 즉시 수리되어야 한다는 수리신청이 있었는데도 이의 수리흔적이 없는 사실, 사고 직후 선장과 기관장이 선주에게 선박과 해상의 상태에 비추어 항해가 적당하지 않다고 건의한 사실, 및 전체적으로 이 사건 선박은 부식이 매우 심하고, 선박의 타축, 타축지지 브라켓 등에 사고 이전 균열로 인한 용접 흔적까지 보이는 사실 등이 인정되었다.

*법리해석
영국 해상보험법상의 법리에 의하면, 항해보험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감항능력 불비로 인한 보험자의 면책을 인정하지만, 기간보험의 경우에는 그러한 묵시적 담보가 인정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피보험자가 선박이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 항해하게 한 경우에 한하여 보험자가 면책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법리에 의하면, 선박 기간보험에서 감항능력 결여로 인하여 보험자가 면책되기 위하여는 손해가 감항능력이 없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어야 하고, 피보험자가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고 있어야 하며, 이러한 감항능력의 결여와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 즉 손해의 일부나 전부가 감항능력이 없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되, 이러한 요건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자가 부담한다.

그리고 면책요건으로서 피보험자의 악의는 영미법상의 개념으로서 피보험자가 선박의 감항능력 결여의 원인이 된 사실뿐 아니라, 그 원인된 사실로 인하여 해당 선박이 통상적인 해상위험을 견디어낼 수 없게 된 사실, 즉 감항능력이 결여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감항능력이 없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아는 것뿐 아니라, 감항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갖추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대법원의 판결
이 사건 선박은 사고 당시 감항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는 거의 모두 객관적인 사정들로서 선주가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선주에게 직접적인 수리요청까지 있었던 점으로 보아 위와 같은 감항능력의 부재에 대한 선주의 악의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해당 선박의 감항능력 부재와 피보험자인 원고의 악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기간보험의 경우, 감항능력 부재로 인하여 보험자가 면책되기 위하여는 감항능력 부재와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보험사고의 원인은 선박의 외판이 유빙과의 충돌로 구멍이 생겨 침수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될 뿐,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이 사건 선박의 구체적 감항능력의 부재와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달리 인과관계의 점을 인정할 증거를 찾아볼 수 없는 바, D보험 주식회사의 감항능력 부재로 인한 보험금 지급의 면책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상식
보험자는 해양사고에 따른 손해의 일부나 전부가 감항능력의 결여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어야 하고, 구체적 감항능력의 결여와 해양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면책이 인정되며, 이에 대한 입증 책임도 보험자가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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