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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유감(有感)?
개고기 유감(有感)?
  • 해사신문
  • 승인 2012.07.2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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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海 유희민 작가, cupscap@naver.com
일 년 열두 달 중 가장 행사가 없는 달이 아마 7월이 아닌가 싶다. 물론 제헌절이 있기는 하지만 그 행사를 제외하면 특별한 행사나 의미 있는 날은 없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절기상의 초복, 중복이 있고 매월 14일만 되면 일부러 의미를 붙여 장삿속을 챙기는 날이 하나 있을 뿐이다. 달력에 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7월 14일은 실버데이(Silver Day)다. 얼핏 들으면 노인들을 위한 행사처럼 보이지만 천만의 말씀, 젊은이들이 서로 반지나 선물을 교환하는 날이다.

늙은이를 뜻하는 실버가 아닌 그저 말 그대로의 은(銀)제품을 애인에게 챙겨주라는 일종의 교란(交欄)이다. 제30회 런던 올림픽이 7월 27일에 열리는 것 말고는 그야말로 다른 특별한 행사는 없어 보인다.

7월에 딱히 행사가 많지 않은 것은 역시 더운 날씨 탓이다. 휴가철이 시작되는 것도 7월이다. 날씨가 더워지면 몸의 상태도 조금은 변화가 생긴다. 여름이 되면 남성들의 정력이 떨어진다는 속설까지 있다. 실제로 인간의 신체가 가장 생육이 왕성한 계절은 봄이라고 한다.

여름은 아무래도 몸의 기(氣)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보양식이라는 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때가 바로 여름이 시작되는 7월이다. 보양식 하면 어떤 음식이 떠오를까? 여성의 처지에서는 인삼이나 삼계탕을 떠올릴 수 있지만, 남성들은 역시 보신탕이라고 불리는 구탕(狗湯)이다. 한방에서조차 보신탕을 으뜸으로 기술해 놓은 자료는 많다.

사실 인간과 가장 가깝게 지내는 동물이 바로 개다. 외국은 자신의 애완견에게 많은 유산을 물려주는 일도 있다고 하니까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도 빈말은 아닌 모양이다. 좀 편한 팔자를 ‘오뉴월 댑싸리 밑에 개 팔자’라고 한다. 그러나 그 속담도 개에게는 오뉴월로 끝이다. 요새 같은 7~8월에 개 팔자가 편할 수 없다. 오히려 불안한 달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 남성들이 가장 많이 찾고 즐기는 보양식이 본격적으로 팔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한때 우리나라의 88올림픽을 보이코트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프랑스 여배우 ‘부리지드 바르도’가 알면 또 길길이 날뛰겠지만, 배꼽 밑 정력은 둘째치고 여름철에 먹는 보신탕의 맛이 으뜸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개는 인간과 친한 동물이면서도 욕을 많이 먹는 동물이다. 간신배들, 무엇이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인간을 ‘주구(走狗)’라고 한다. 인간답지 못한 사람을 ‘개만도 못한 놈’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치졸한 사람을 가리켜 ‘개 같은 놈’이라고 한다.

또 요사이 정치적으로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검찰을 두고도 ‘견찰’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개‘라는 접두어를 붙이면 모두가 욕이 되는 경우라고 해도 별 무리가 없을 정도다. 개망나니, 개차반, 개수작, 개판, 개뼈다귀 따위가 그렇다. 동양에서만 개를 비하하지는 않는다. 영어권에서도 욕을 할 때는 개를 등장시킨다.

대표적인 욕이 ‘Sun of bitch(개xx)'라고 한다. 미국의 대통령 부시가 이라크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할 때 어느 이라크 기자가 신발을 벗어 던지면서 했던 욕도 바로 그 욕이다.

그렇다면, 왜 개가 그렇게 욕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아마 인간과 친하다는 이유로 개의 특성을 매우 잘 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개가 욕을 먹는 대표적인 습성은 나쁜 교미 습관 때문이다.

한번 발정기가 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지금을 그렇게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아침에 어린 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간에 길거리에서도 꼬리와 꼬리를 맞대고 끙끙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암캐가 발정하면 근친상간도 마다하지 않는다. 개의 생리 구조상 여러 수캐와 교미를 해도 그 유전자가 모두 남아 수정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새끼를 낳으면 점박이, 얼룩이, 흰둥이, 누렁이 이렇게 종류별로 새끼를 낳을 수 있다고 한다.

개는 그 짓도 참 개같이 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보수적이고 특히 근친상간은 상상할 수도 없는 행위로 여겼기 때문에 개의 그 교미행태는 욕을 먹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개의 처지에서 보면 자신들의 본능일 뿐인데도 욕을 독으로 얻어먹는 억울함이 있다.

대놓고 보신탕이 좋다는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동의보감(東醫寶鑑)을 보면 "개고기는 성(性)이 온(溫)하고 미(味)는 산(酸)하고 무독(無毒)하다. 오장(五臟)을 편안하게 하고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여 기력을 증진시킨다.

또한 양기를 도와서 양물(陽物)을 강하게 한다."라고 적혀 있다. 개고기 옹호론자들은 동의보감의 이 구절을 무슨 전가의 보도처럼 끄집어 내서 예찬한다. 남자들은 몸에 좋거나 말거나, 고기가 맛이 있거나 없거나 마지막 구절 ‘양물(陽物)을 강하게 한다.’라는 그 말에 방점을 찍는듯하다.

더운 여름에, 특별히 생체리듬이 떨어진다는 여름에 개고기 한 접시나, 탕거리로 요리해 먹는다고 누가 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알려진 것처럼 개고기가 그렇게 대단한 정력을 부추긴다거나 금방 변강쇠가 되는 건 아니다.

구난했던 시절에 귀한 소고기가 돼지고기 대신 흔한 개고기를 단백질의 공급원으로 즐겼던 시절에 쉽게 먹을 수 있었던 음식에서 나온 속설일 뿐이다. 예전에 인간이 주는 음식 찌꺼기를 먹던 개가 아닌 더러운 사육장에서 사료로 키워진 개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얼마든지 먹어도 좋다.

오뉴월 개 패듯 팬다는 말은 혼자 사는 과부가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집 앞에서 그 짓을 해 대는 개가 밉고 부러워서 나온 말인지도 모른다. 함께 살지만 과부와 다를 바 없는 아내가 개를 키우지 않는 게 천만다행이다. 만약 키웠다면? 내가 그 개새끼를 죽여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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