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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대회 유감(有感)
미녀대회 유감(有感)
  • 해사신문
  • 승인 2012.07.16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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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海 유희민 작가, cupscap@naver.com
‘34-24-34’ 하면 그게 무슨 숫자인지 여성들은 금방 알아차린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든 남성들도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사람은 안다. 바로 미녀들의 몸매를 나타내는 가슴-허리-엉덩이 크기를 나타내는 숫자다. 한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여성들을 상품화한다는 이유로 T.V 중계를 하지 않았지만 요사이는 그게 무슨 대수냐 싶게 다시 중계를 시작했다.

특별히 중계를 하지 않았던 이유가 나이 드신 어른들이 인상을 찌푸리는 그 볼썽사나운 수영복 심사 때문이었다. 그러나 요사이 수영복보다 더 야하고 심한 게 바로 아이돌그룹의 옷맵시다. 어디 그뿐만이 아니다. 각종 홈쇼핑에서는 외국의 늘씬한 여성 모델들에게 수영복도 아닌 속옷을 입혀서 워킹을 연출시키기도 한다. 차라리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의 수영복 심사는 애교(?)쯤으로 봐 줘도 될만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아름다운 여성을, 그것도 수영복이나 속옷차림으로 나오는 모습을 마다할 사내는 없다. 그러니 정작 미인대회에서 보는 그 아름다운 미인들은 하나같이 같은 몸매에 비슷비슷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보는 사람이 헷갈릴 정도다. 조각미인, 성형미인들이 경연에 참석하기 때문에 정작 어느 여성이 더 성형을 잘했느냐가 관심이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아름다운 여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위 말하는 자연산 미녀다. 모 국회의원이 자연산이라는 발언으로 많은 여성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수술하지 않는 원래 그대로의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미녀를 자연산 미녀라고 부르는 것은 타당하다. 쓸데없이 술집이나 유흥장소에서 일어난 일로 자연산 타령만 하지 않았다면 모 국회의원처럼 욕먹을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미녀도 기준이 있을까? 물론 있다. 자료를 찾아보면 미녀들에게도 계보가 있고, 서열은 존재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요사이처럼 몸매를 숫자로 나타내거나 에로틱한 속내를 드러내 놓고 미인의 기준을 삼지는 않았다. 오히려 서양의 기준으로 본다면 가슴이 풍만하고 다소 다리가 굵은 글래머 스타일이 미인의 기준이었다.

우리의 역사에서도 미녀의 기준은 있었다. 오래전에 여성의 외모를 나타낼 수 있는 직업군은 아무래도 기생들이었다. 그래서 지방에서는 부산의 동래 기생을 최고로 꼽았다. 그러나 이런 지방의 기생들도 서울 기생들에게는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했다. 또 서울 기생이 발랄하기는 했지만, 역시 평양기생에게는 기를 펴지 못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평양감사도 제 하기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개성이나 평양에서 황진이나 그 유명한 계월향이 배출되었기 때문에 나온 말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평양기생도 만주기생에게는 함께 자리하기를 싫어했다고 한다. 추운 지방에서 햇빛을 보지 못하고 살아온 만주기생의 뽀얀 피부에 기가 죽은 탓이었을 것이다. 만주기생이 끝은 아니다. 백옥같은 피부를 가진 만주기생도 북경기생에게는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단순히 미적 아름다움만을 가지고 견준다면 선선히 자리를 내 줄 수 없지만, 북경 기생은 예(藝)와 지(知)가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그 지적이고 아름다운 북경 기생도 질투를 느끼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기생이 있었다. 바로 항주 기생이었다고 한다. 항주하면 대표적인 미인이 초한지에 나오는 항우의 애첩 우미인이다.

중국에는 시대를 대표하는 많은 미녀가 있었다. 왕소군, 초선, 양귀비, 서시가 그들이다. 그러나 특별히 미모와 함께 지적이고 제대로 된 아내상의 미녀를 꼽으라면 바로 왕소군과 우미인을 꼽는다. 항우가 사면초가에 빠졌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절개를 지킬 정도면 중국사람들이 항주계 미녀 우미인을 최고로 불러줘도 그렇게 지나친 찬사는 아닐 것이다. 항주 사람들은 아름다운 미녀를 우미인계 미녀로 불러 준다고 하니까 우미인이 대단한 미녀였음도 허언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게 끝은 아니다. 항주계 미녀들도 꼬리를 내리는 미녀군단들이 있다. 바로 백계 러시아 여성들이다. 징기즈칸의 후예들이 본 백계 러시아 미녀들은 집성촌이었다. 항주계 미녀들이 예쁘기는 했지만 흔하지 않았고 귀했다. 그러나 백계 러시아 미녀들은 어느 동네에나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았다. 칭기즈칸의 후예들이 대륙을 정복하면서 수없이 많은 미녀를 봐 왔지만, 그들이 최고라고 방점을 찍은 미녀들이 바로 백계 러시아 미녀들이었던 것이다.

이번 미녀대회의 우승자의 신체 치수가 ‘35-23-35’라고 한다. 우리가 기억하고 들었던 ‘34-24-34’보다는 좀 변형된 치수다. 허리는 더 잘록해졌고, 가슴과 엉덩이는 더 커진 형국이다. 오랫동안 기억했던 부동의 미녀기준이 좀 허물어진 느낌마저 든다. 나이를 그렇게 많이 먹지 않은 필자도 여전히 여성을 무대 위에 벌거벗겨 세운다는 건 요사이 돌아가는 세태와 관계없이 썩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여성의 상품화를 질타하기보다는 그 자체를 출세의 등용문처럼 여기는 시대적 활극 때문이다. 갑자기 마누라 신체 사이즈가 궁금해 졌다.
“어이, 허리 싸이즈가 얼마여?”
“??? 믓 헐라고? 갑자기.”
“간만에 마누라 빤떼기라도 하나 사 줄라고 그러제.”
“..... 34.”
마누라 허리 사이즈는 미녀들의 엉덩이 치수와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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