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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와 투기의 차이점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
  • 해사신문
  • 승인 2012.07.1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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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海 유희민 작가, cupscap@naver.com
신문을 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기사가 바로 정치기사다. 살림에 보탬도 안 되고 그렇다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도 않는 정치인 그들만의 리그 같아 보기조차도 싫다.

정치는 그렇다 치고, 그에 못지않게 자주 등장하는 기사가 있다면 부동산에 관한 기사다. 좀 솔직한 생각이지만 부동산문제는 서울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지 지방은 아니다.

그러나 요새 부쩍 그 심각성을 대 놓고 이야기한다. 부동산을 직접 거론하기도 하지만 ‘하우스푸어’를 통해서 공포 분위기로 몰아간다. 도대체 이 나라는 부동산 가격이 조금만 하락해도 금방 경제가 몰락할 것처럼 떠들어댄다. 툭하면 일본의 경제를 비교해대며 집값이 내려간다고 게거품을 물고 있다. 물론, 부동산 경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정치도 그렇고, 부동산도 그렇고 서민들이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그저 남들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물론 서울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심각할 수도 있다. 하우스푸어( House Poor)는 ‘집을 보유한 가난한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주택가격이 오를 때 저금리를 바탕으로 과도한 대출로 집을 마련했으나 금리 인상과 주택가격 하락 덕분에 큰 손해를 보는 사람들, 외형상 중산층이지만 원리금상환 부담으로 더는 중산층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사람들을 말한다. 물론 욕심을 버리고 집을 장만할 때 신중했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무리하게 대출을 해가면서 집을 장만할 때는 충분히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부동산은 하락했고 은행에서 빌린 이자를 부담하기가 어렵게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집값이 오르면 모든 게 해결될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집값이 오르면 얼른 그 집을 팔고, 그나마 좀 차익을 챙겨 비록 자신이 살고 있던 환경보다는 어렵더라도 다른 곳으로 이사한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 자신의 집값이 튀었다면 이미 다른 사람들의 집값도 올라 있을 것이다. 또 집값이 오른다면 지금보다 더 거래가 막혀 팔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결국, 시세차익이 생겼다고 쉽게 집을 팔 수는 없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에 정통한 학자들은 하우스푸어의 탈출은 손해를 보더라도 과감하게 집을 팔아 빚을 갚으면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형편이 안 되면 전셋집으로 옮기던지, 그렇지 않으면 더 작은 평수로 이사하면 당장 나가는 이자는 털어낼 수가 있고, 자신이 벌어들인 돈으로 충분히 생활할 수는 있다는 이야기다.

사람이 생활하는 영역은 뻔하다. 움직이는 동선을 따져 본다면, 온종일 밖에서 일하고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와 쉬게 된다. 집에서 쉬는 시간이 12시간 정도지만 수면하는 8시간을 빼고 나면 고작 4~5시간 정도를 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공자님 말씀처럼 산자나 죽은 자나 언제나 자신이 눕고 차지하는 공간은 한 평을 채 넘지 않는다. 집이 필요 이상으로 넓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여자들이나 아이들에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더욱 힘들어진다는 게 부동산을 전공한 학자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하우스푸어 뒤에 붙은 푸어(Poor)라는 말 자체가 가난을 뜻하지만, 영어 사전에서 Poor를 찾아보면 대표단어로 가난을 뜻할 뿐이다. 그 단어를 찾고 몇 줄을 밑으로 내려가면서 읽어보면 그 뜻은 비참할 정도로 험악한 뜻이 담겨 있다. 초라한, 궁상맞은, 비참한, 나쁜 따위의 단어로 채워져 있다. 하우스푸어는 집 때문에 가난해진 사람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집 때문에 초라한, 집 때문에 궁상맞은, 집 때문에 비참해진 뜻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우스푸어는 시작일 뿐이다. 새로운 신조어가 하우스푸어에서 비롯되기 시작한다.

이른바 헬쓰푸어(Helth Poor)다. 집 때문에 돈이 없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게 되는 사람이다. 어디 헬쓰푸어 뿐일까? 카드푸어, 패밀리푸어, 영혼이 없어지는 솔푸어까지 생길 판이다.

사람들은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지 못하고 착각을 하는 때가 종종 있다. 투자는 이익을 창출해 내기 때문에 당장에 손해를 보더라도 결국 회수가 되는 자금이지만 투기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운에 맡겨야 한다. 물론 투기는 투자보다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돈을 걸어놓고 주사위를 던지는 게임을 한다고 가정을 해보자. 주사위를 던져 5가 나올 확률은 1/6이다. 어떤 사람이 주사위를 10번 던졌지만 다른 숫자만 나오고 5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가정을 해 보자.

사람들은 이번에는 5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5에 많은 돈을 걸고 기다린다. 그러나 여전히 5가 나올 확률은 1/6일 뿐이다. 이른바 도박사의 확률이 그것이다. 10번 던지는 동안 5가 나오지 않았다면 앞으로 또 다른 10번에도 5가 나오지 않을 확률은 이미 던져진 10번의 확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경우가 주사위를 던지는 게임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처음부터 그런 무리한 게임을 하지 않는다면, 설령 게임에 참가했더라도 게임을 중단한다면 어느 정도 손해를 감소할 수 있다.

흔히, 어차피 인생은 도박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웃기지 마라. 필자가 살아보면 인생은 절대 도박이 아니다. 더러 힘들 때도 있겠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산다면 크게 손해를 보고 사는 경우는 없다. 필자도 더러 맘이 답답할 때는 시골에 있는 할머니 댁에 간다. 할머니는 내가 심상찮은 모습을 보이면 언제나 말씀하셨다.

“믓이 까-깝허냐? 멸치 대가리 한뭉큼 주께, 션하게 소주나 한꼬뿌해라.”
맘이 답답할 때는 차라리 멸치대가리에 소주나 한잔할 일이다. 성급하게 나오지도 않는 숫자 5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무리수는 피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집 때문에 고민하는 젊은이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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