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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교육기관의 경영평가
선원교육기관의 경영평가
  • 윤여상
  • 승인 2012.07.02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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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부장 윤여상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근간 중 하나인 선원양성과 교육을 위한 시스템이 정부의 획일적인 잣대에 의해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경영실적을 평가한다는 명분으로 교육의 질적 하락과 이미지 추락, 급기야 해운산업까지 악영향을 받지 않을 까 우려된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선원재교육기관인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이 최근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경영실적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고 기관장이 해임 대상에 포함이 됐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이하 연수원)은 해양수산인력의 교육과 기술훈련 등을 통해 해양수산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국토해양부 산하 기관이다. 말 그대로 연수원은 해양산업의 근간인 해기인력을 양성하는 인력양성 및 재교육기관이다.

해양계에서는 연수원이 왜 이같은 평가를 받았느냐에 대해 말들이 많다. 이번에 기재부에서 평가한 대상 중에서 교육기관은 연수원이 유일하다. 연수원은 그동안 경영실적 평가나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그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교육기관의 특성상 경영실적이나 고객만족을 조사하면 좋은 평가 점수가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기관은 이러한 경영실적 평가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교육기관이 이번 평가대상에 없는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연수원도 교육기관이다. 해기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이니 만큼 해양계를 중심으로 연수원이 이러한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낼 필요가 크다.

특히,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해양에 대한 배척과 무관심이 이러한 일을 자초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도 귀를 열어야 한다. 만약에 계속해서 교육기관인 연수원이 이러한 평가를 받는다면 향후에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하는 것도 국토해양부의 몫이다.

이번 평가에서 기재부는 평가대상 기관의 부담을 완화시키려고 보고서 양도 줄이고, 중간 평가보고서를 통해 소명기회도 충분하게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수원은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 그럼 임직원들이 무능해서인가? 한정된 예산과 인력을 보유한 소규모 조직인 연수원이 과연 대형 공공기관들의 틈바구니에서 그들과 마찬가지로 돈과 시간을 들여 준비를 꼼꼼히 할 수 있었는가를 고려해봐야 한다.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는 기관은 물론 기관장이 사활을 걸 만큼 중요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마도 연수원 임직원들이 여기에 사활을 걸고 매달렸다면 결과는 분명히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점수는 형편없이 나왔다. 그러나, 연수원이 최근 해양혁신도시로 옮겨 선원양성과 교육이 보다 훌륭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는 받고 있다.

연수원의 역할과 존재 이유가 이번 경영실적 평가로 내려가거나 위상이 추락되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평가점수를 높게 받으려고 목을 메었다면 내년에도 보다 나은 점수에 목을 멜 것은 자명하다. 우수한 인력양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평가를 위한 조직으로 전락해 선원양성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서 이번 평가에서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평가기준과 평가단의 전문성이다. 경영실적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얼마나 이익을 냈느냐. 손해는 얼마나 봤느냐"를 살펴보았지 않나 싶다. 연수원은 "얼마나 우수한 해기인력이 양성되었느냐. 교육을 받은 선원들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느냐"를 평가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또 하나 전문가들이 모인 평가단은 실적을 재는 잣대를 만드는데에는 전문가들일지 몰라도 적어도 해기인력을 양성하고 이를 평가하는데에는 전문성이 없다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100여 명이 넘는 평가단에는 해양과 관련한 인사가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는 셈이다. 특정대학이나 기관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평가단에는 생소한 대학이나 기관에 속한 인사들도 즐비했다.

해양에 관해서는 세계적인 교육기관이라고 주장하고 이 분야에서는 내가 제일이라고 말하는 그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해양 전문가라고 으스대며 돈되는 오만가지 용역에만 눈길을 주었지, 정작 이런 상황에서는 쓸만한 인사가 전무했던 것이다. '우물안 개구리'의 면면을 이번에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능력은 있지만 정부에서 선택을 해주지 않아서 그렇지 않느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그건 우리 해양계가 능력도 없고, 로비력 마저도 없다는 이야기다. 해양수산부 핑개도 댄다. 물론 든든한 해양부처가 있었더라면 보다 도움은 받았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해양수산부의 부재를 들이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해임 대상인 연수원장의 후임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번의 사태에 대해 대책은 세우지 않고 벌써부터 감투나 바라보는 인사가 몰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후임 원장이 내부에서 나오든 정부가 관여를 하든, 분명한 사실은 해기양성의 질과 해양수산 발전의 근간이 되는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인물이 맡아야 한다.

평가실적이 가장 높은 등급인 'S'가 아니어도 말이다. 그리고, 재차 언급하지만 연수원은 경영실적으로 평가되면 안되는 조직이다. 돈을 버는 조직이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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