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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한 곰 덕분에
미련한 곰 덕분에
  • 해사신문
  • 승인 2012.06.2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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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海 유희민 작가, cupscap@naver.com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가 담배를 피웠을 리도 없겠지만 아주 오래된 과거를 이야기할 때나 해묵은 이야기를 꺼낼 때 주로 사용한다. 할머니들이 손자, 손녀를 앞에 두고 옛날이야기를 해 줄 때, ‘옛날 옛적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로 시작하는 그저 막연한 오래전을 이야기할 때 그렇게 사용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담배가 수입되기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을 겪고 나서 외국 문물이 들어오면서라고 하니까 담배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역사도 그렇게 오래지 않았다. 그러나 문헌 자료를 보면 담배가 정식으로 수입되기 전에도 쑥이나 담뱃잎을 말아서 끽연했다는 기록은 있다.

되돌아 보면 지난 20년 전, 아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흡연자를 불편하게는 사회적 요소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세계적인 추세로 보면 오히려 흡연자를 위한 편의시설이나 배려(?)는 많았다. 비행기를 타 보면 팔걸이 옆에 작은 재떨이가 붙어 있었다. 우리나라 고속버스도 뒷좌석 일부는 흡연석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예외 없이 재떨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심지어 비행기 화장실에서조차 담배를 피우면 경보가 울린다. 어디 비행기뿐일까? 아파트 베란다에서 피우는 담배조차 간접흡연이라고 규제를 하는 실정이다. 호랑이나 고양이가 담배를 피운다면 아파트 안에서는 호랑이나 고양이조차 살 수 없는 시대다.

담배 피우는 행위를 국민건강이라는 대단한 구호를 내걸고 반대하는 사람들과 끽연 자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기호품이라고 맞서는 그들의 논쟁이 보는 이들을 재미있게 한다. 문제의 발단은 담배의 가격을 올리겠다는 국가의 세수문제 때문이지만, 아무래도 흡연 자체를 국민건강이라는 간판을 달고 가격을 올리고 있어서 끽연자들의 반발이 적지않다.

흡연 자체를 무슨 범죄행위처럼 반대하는 사람들의 변(辯)을 들어보자. 그들의 논리는 주로 건강이다. 담배 연기에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4000여종이 넘는 수많은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화학물질 중에서 3가지의 중요한 성분은 타르, 니코틴, 일산화탄소다. 폐와 기관지 점막에 붙어서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폐암을 비롯한 각종 암(구강암, 후두암, 식도암, 췌장암, 신장암, 방광암, 자궁경부암, 백혈병 등)과 수많은 질병(심장병, 중풍, 만성 기관지염, 위궤양 등)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자료나 설명을 조금만 들어도 담배 맛이 쓰다. 특별히 흡연을 반대하는 논리의 가장 큰 이슈는 간접흡연이다. 자신들이 피우지 않는 것은 차치(且置)하고 제발 자기 옆에서 피우지 말라는 이야기다.

끽연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담배라는 상품은 국가가 제조·판매를 허가한 합법적인 성인기호품이요, 흡연자는 담배를 소비하는 소비자라는 논리다. 다른 기호식품은 마시거나 먹거나 하는 상품이라면 담배는 흡연행위를 통해 소비하는 상품이다. 흡연자들도 소비자로서 권리를 보호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간접흡연을 빗대어 ‘공원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려면, 그곳에서는 도시락이나 주전부리도 하지 마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담배나 자신들이 대 놓고 먹는 음식과 무엇이 다르냐고 투정(?)을 부린다. ‘담배가 아무리 독하고 유해해도 너희가 간섭하지 마라.’라는 논리다. 죽어도 내가 죽지, 네가 죽냐? 하는 소리다.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그들의 앙탈(?)을 그저 막연하게 탓할 것도 아니다.

놀라운 이야기지만 담배는 해마다 10조 원의 세수를 확보하는 국가입장에서 보면 대단한 자금이다. 흡연자의 숫자도 천만이 넘는다고 한다. 담배를 피우는 죄인들에게 거두어 들이는 목적세도 있다. 국민건강증진 기금이 매년 1조 9천억 원이다. 목적세는 특정 경비에 충당하기 위하여 징수되는 조세다. 굳이 그 사용처를 이야기하자면 흡연자들을 위해 사용할 목적으로 거두어들인 세금이다. 흡연구역을 따로 지정하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위해 시설물을 만들어 불편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중국의 포청천이나 지혜의 왕 솔로몬이 재림한다고 해도 이들 양쪽 주장을 모두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기록에는 없지만, 포청천이나 솔로몬이 담배를 피웠다면 그들조차도 현명한 판단은 물 건너간다고 봐야 한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유래를 조사하다가 재미있는 기록을 발견했다. 가장 원천적이고 오래된 기록을 단군신화에서 찾을 수 있었다. 호랑이가 먹었던 쑥이 지금의 담배였다는 기록이다. 솔직히 쑥을 먹는 건 그렇게 독하지 않았을 것 같다. 마늘을 100일 동안 먹었다는 곰은 참 미련한 곰이 분명하다. 그 독한 마늘을 오랫동안 먹었으니까. 육식을 하는 호랑이가 되지도 않게 쑥을 먹으려니 그 행위가 독한 마늘을 먹는 곰보다 더 가혹(?)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불을 붙여 태워도 보고 그 연기도 마셔보고 했을 거라는 이야기다. 결국, 간접흡연 때문에 고통받던 곰이 호랑이를 밖으로 쫓아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난 6월 1일부터 광장과 공원, 버스정류소를 포함한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면 본격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단속도 시작되었다. 금연운동의 사회적 분위기가 한몫한 탓도 있지만, 모두가 수긍하고 끽연자들도 군소리 없이 그 법을 이해 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담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좀 억울한 구석이 없지는 않지만, 우리 모두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정책이다. 문제는 필자도 집에서 마늘을 먹는 곰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인간이 되기는 진작에 날 새버린 게 아닌지 모르겠다. 이참에 그냥 확-,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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