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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거두어 들이면 뭐해?
돈? 거두어 들이면 뭐해?
  • 해사신문
  • 승인 2012.06.1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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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海 유희민 작가, cupscap@naver.com
민족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민족이 있다. 이스라엘민족이다. 역사적으로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두루 갖추고 있기도 하지만, 세계 역사를 그들의 바탕 위에서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들이 무력으로 전 세계를 정복했던 시절은 없었다. 그러나 기독교 문화를 만들어낸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세계사가 이슬람 문화가 지배를 했다고 하더라도 역시 그 뿌리는 유대인의 역사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는 독특한 민족이다.

이스라엘 민족처럼 돈에 집착하는 민족도 드물다. 그에 필적할 민족이 있다면 아마 중국이 아닌가 싶다. 보석으로 돈을 벌어들인 유대인, 그리고 음식으로 돈을 벌어들인 화교(華僑)들을 능가할 민족은 지구 상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유대인들과 화교는 그 벌어들이는 방법과 돈을 사용하는 방법에는 좀 차이가 있다. 유대인들은 금전에 관해서는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그에 반해 중국인들은 과시욕을 보이는 현상이 있다. 공통점은 있다. 돈을 벌어들이는 방법에는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고 철저하다. 돈을 갚지 못하면 살이라도 떼어내 가겠다고 계약서를 작성한 소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 상인에 나오는 유대인의 그 처절하고 잔인한 발상은 두고두고 유대인들의 혹이 되어 회자하곤 한다.

유대인들의 금전을 사용하는 방법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를 말해 주는 우화가 있다. 신부님, 목사, 그리고 랍비가 모금 운동을 했다. 모금 운동이 끝나고 분배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먼저 신부님이 말했다. “저는 땅에 원을 그린 후 돈을 던져 원 안에 들어오는 것은 신을 위해 사용하고 나머지는 제가 쓰겠습니다.” 목사가 말했다. “저는 땅에 선을 그은 후 돈을 던져 왼쪽에 떨어지는 것은 신을 위해 오른쪽에 떨어지는 것은 제가 쓰겠습니다.” 랍비가 말했다. “저도 돈을 던지겠습니다. 위로 올라가는 것은 신의 것이니 그분이 쓸 것이고 땅에 떨어지는 것은 제 것이니 제가 쓰겠습니다.” 같은 신앙을 가졌다 하더라도 신은 전지전능해서 돈이 필요 없다는 현실적인 사고에 바탕을 둔 것이다.

다른 우화도 있다. 어느 부자가 죽게 되었다. 그는 죽기 전에 자신의 선행을 베풀고 죽고 싶어 신부님, 목사, 그리고 랍비를 불러 그들에게 각각 만 달러씩 기증을 했다. 그리고 나머지를 자식들을 위한 유산으로 모두 줘버렸다. 그러나 임종 순간에 저승에서도 약간의 돈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세 사람의 성직자를 불러 자신이 기부했던 금액의 20%만 장례식날 관 속에 넣어 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가 죽자 신부님이 먼저 이천 달러를 관 속에 넣었다. 그리고 목사도 신부님과 똑같이 이천 달러를 관 속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랍비가 관 앞에 서서 신부님과 목사가 넣어 두었던 사천 달러를 자신의 가방에 넣고 대신 고인의 이름으로 육천 달러짜리 수표를 써서 관 속에 넣어준다. 모두 탈무드에 기초한 우화다.

유대인 하면 영리하고 부자라는 생각이 우선 들겠지만, 위의 두 이야기는 유대인들의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지혜를 보여준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믿는 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돈 자체를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 정도로 생각한 것이다. 사자(死者)에게는 돈이 필요 없고, 또 신은 더더욱 돈과는 무관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랍비가 보여준 행동처럼 비록 성직자라 하더라도 살아 있으면서는 기를 쓰고 돈을 모으려고 한다. 그들이 그렇게 광적으로 재화에 욕심을 내는 것은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다. 소위 그들이 말하는 기금(基金)이다. 일단 돈을 모아서 가장 필요한 곳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유대인의 돈에 대한 지혜는 그들의 모금과 모금관리에 대한 기나긴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기금은 공공선을 위하여 사용되었으며 모든 사람은 기부자인 동시에 수혜자가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유대인들은 모금과 기금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오랜 세월 축적하였다.

그들은 모금 담당관(펀드 레이서, Fund Raiser)이 되는 게 꿈이기도 하다. 물론, 많은 사람 중에서 존경받는 사람이 선정되기도 하지만, 모금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다. 또 그들은 모금하며 겪게 되는 어려움이나 수모는 아무리 혹독해도 견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일반인들은 자기가 사는 집에 펀드 레이서가 찾아오는 것을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자신을 높이 평가하고 모금을 요청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돈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언제든지 그런 기금을 이용할 수가 있다. 그래서 최소한 이스라엘에서는 돈이 없어서 공부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모금 자체의 사용처야 다양하겠지만 그런 기부문화나 모금하는 행위가 생활화되어 있다는 것에 부러움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처지는 어떨까? 거창하게 대한민국 전체를 두고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영역인 선원이나 해기사의 입장만 살펴보자. 물론 기금을 거두어 들이기는 한다. 해기사 협회에서 꼬박꼬박 챙겨가기는 하지만 그 기금으로 돈을 빌려 학자금 대출을 해 준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허울 좋게 각종 행사를 개최하고 빈약하게 장학금을 수여하거나 기념품 따위를 만들어 내는 자신들만의 홍보활동이 전부다. 그나마 비록 돈을 거두어 들이지는 않지만,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에서 낮은 성적이라도 장학생을 선발해 그들을 돌봐주는 행위는 높이 평가할 일이다. 어떻든, 우리에게도 기금이든 모금이든 그런 재원을 확보하는 일은 여전히 시급해 보인다. 우리와 해양의 미래를 위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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