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4-04-25 10:50 (목)
어이, 마누라, 나한테 으짜라고?
어이, 마누라, 나한테 으짜라고?
  • 해사신문
  • 승인 2012.06.12 05: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寶海 유희민 작가, cupscap@naver.com
생활하다 보면 예전에 어르신들이 피곤하다고 이야기하는 그 뉘앙스와 현대인들이 피곤하다고 하는 표현에는 좀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없이 살던 시절에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거나 또는 농사일로 바쁜 까닭에 신체적인 피로감 때문에 죽겠다는 소리를 푸념처럼 해왔다. 우선 당장 식량을 해결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육체적인 노동으로 연결되어 그야말로 신체적 피로감이었다. 물론, 현대인들에게도 그런 육체적인 피로감이 없지는 않겠지만, 부모님 세대처럼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일을 하는 그런 시대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정신적인 피로감, 스트레스를 더 큰 피로감으로 여긴다.

2012년 직장인들을 상대로 피로 체감을 설문조사했다. 여전히 예전이나 지금이나 먹고살기는 힘이 들었는지 42%가 ‘직장 상사와 동료’가 피로 체감 1순위였다. 보고서 표본이 천명이었다고 하니까 무려 420명이 온종일 일하는 자신의 직장에서 가장 피로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대단한 숫자다. 그러나 필자가 그 기사에 흥미를 느낀 것은 1위가 아닌 2위 때문이었다. 무려 14.1%가 배우자였기 때문이다. 아내나 남편 때문에 피로감을 느낀다? 유추해 보건대, 직장에서 동료나 상사에게 시달리다 가정으로 돌아와 신경이 예민해져 있을 때 듣는 조그만 잔소리들이 그렇게 느낀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 하더라도 배우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건 좀 의외다.

좀 더 자세히 분석한 또 다른 조사도 있었다. 나이순으로 그 세대를 분류해서 조사한 게 있었는데 여전히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변수는 있었다. 50대 남성들이었다. 특별히 50대의 고민은 자식이나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고민하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그런 종류의 고민은 오히려 일상적인 주변의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긍정적 반응으로 생각하고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50대 남성의 가장 큰 고민과 스트레스는 발기부전이라는 전혀 엉뚱한 고민이었다. 당연히 같은 세대의 여성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고민이었다. 오히려 60대에서는 그런 고민으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포기한 탓도 있겠지만, 50대가 예전과 다르게 변하는 자신의 신체 징후를 처음 맞이하면서 생긴 고민이 아닌가 싶다. 말이 고민이지 그 고민을 토로하는 당사자들의 증언은 ‘살 맛이 안 난다.’였다.

남성의 성(性)적인 욕구야 인류의 역사를 뒤바꿀 수도 있는 살아있는 역동성인 것은 틀림없다. 트로이 전쟁이 그렇고, 로마의 잘나가는 사내들을 쥐고 흔들었던 영웅들도 클레오파트라를 사이에 두고 흥청거렸다.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부를 축적했었던 지혜의 왕 솔로몬도 말년에 여색을 탐하다 그의 명성에 흠집을 내고 말았다. 성적인 표현이 자유로운 서양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동양에서도 그런 예는 많다.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달리 나온 게 아니다. 나라를 망칠 정도로 미색이 뛰어난 여인들을 탐하고자 많은 왕이 역사를 흔들어 놓은 이야기는 많다. 그만큼 남성에게 있어 성적인 욕구는 자신이 스스로 절제하지 못할 정도로 원초적이고 태생적인 게 있다. 그러나 그런 욕구도 한계가 있다. 아마 50대 남성들이 느끼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그런 한계의 초입 단계가 아닌가 싶다.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발기부전이 생기고 그 현상 때문에 더욱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원인이지 발기부전이 유죄는 아니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면 나머지도 자연히 해결될 일이다. 또 발기부전이 무슨 남성의 대단한 자존심인 양 마치 인생 끝장난 것처럼 생각할 것도 아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푸념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마치 맛있는 고기를 두고 이빨이 없어서 못 먹는 듯 이야기한다. 그래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야기다.

설문조사에서 나왔던 ‘배우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라는 이야기를 50대와 조합해서 정리한다면 시원찮은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든지, 아내를 사랑하고 싶지만, 예전처럼 열렬히 사랑해 주지 못하는 처량한 자신의 처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보인다. 약간의 편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 의약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신약도 개발해 두었다. 변강쇠를 기대하는 남성들을 위한 편법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 신약이 스트레스까지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을 제시한 학자가 있다. 처음 스트레스라는 말을 명명한 캐나다 내분비학자 '셀리에(Hans Seley)'라는 박사다. 그는 해로운 인자나 자극을 스트레스 소(stress or)라 하고, 이때의 긴장상태를 스트레스라고 했다. 그의 해결책은 뜻밖에 철학적이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신의 일에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었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욕심이었던 것이다.

현대인의 50대, 이제 되지도 않게 살 맛이 안 난다고 ‘고자 타령’은 그만하고 욕심을 버릴 때다. 요사이 정년이 늘어 좀 더 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욕심을 버리고 순리대로 사는 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장수하는 비결이 분명하다. 솔직히 필자도 요새 살 맛이 안 나는 건 사실이다. 근데, 어이 마누라. 나한테 으짜라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