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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 죽일 놈의 솔직한 제안
쳐 죽일 놈의 솔직한 제안
  • 해사신문
  • 승인 2012.06.05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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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海 유희민 작가, cupscap@naver.com
젊은이들의 구직난이 심각하다. 서점에는 면접에 관한 많은 책자가 판매되고 있고, 심지어 이력서 쓰는 법과 자기소개서를 쓰는 방법 따위를 소개하는 책자도 흔히 볼 수 있다.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언감생심 과욕이 되어버렸다.

예전에 가장 만만하다고 생각했던 교사나 공무원 자리는 들어가기가 마치 사법고시를 치르는듯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면접시험에서 대놓고 면접관이 백수 경력을 묻기도 한다고 하니까 젊은이들의 취업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취업을 위해 한두 해 정도는 쉬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모두 그렇게 힘든 것은 아니다.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축적해서 자신들이 좋은 직장을 골라서 가는 예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소위 엘리트 그룹에 한정되어 있어서 그 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많은 인력 중에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사람을 골라 쓸 수가 있어서 유리한 조건을 내걸 수 있게 되었다. 가장 보편적인 경우가 임금을 낮추어 제시하는 경우다. 제조업은 지급해야 할 급료를 기본금과 수당을 분류해서 야근을 유도하는 예도 흔히 볼 수 있는 행태다.

제조업뿐만이 아니다. 화이트 그룹이라는 사무직도 예외는 아니다. 모 대기업은 새벽에 출근해서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제도로 혁신을 부르짖고 있지만 일찍 출근했다고 해서 그 시간만큼 일찍 퇴근하는 예는 없다고 한다. 상사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지만 병장이 삽자루를 쥐고 있는데 이병이 손을 씻고 쉴 수 없는 것과 같은, 마치 군 조직 같은 기업의 보이지 않는 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업에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취업하려는 주체들도 문제는 있다. 소위 말하는 3D업종을 꺼리는 현상도 실업문제에 한몫하고 있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조건이 주 5일제 근무다. 은행과 학교가 주 5일제를 실시하면서 이왕에 자신의 용역을 제공하고 월급을 받는 경우라면 비록 급료가 좀 적더라도 남들과 같이 쉬는 날 쉬고 싶어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가려는 성향이 짙어졌다.

필자가 자주 언급하기도 했지만, 대한민국의 노동시간이 OECD 국가에서 상위를 차지한다거나 또는 지금처럼 주 5일제가 젊은이들의 취업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글을 쓸 때마다 선원들의 근무시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시쳇말로 배부른 소리로 들리기 때문이다. 분하고 억울하지만, 직장 자체가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역동체인 배라는 고정되지 않는 현장에서 자신의 용역을 제공하면서 주 7일제를 군소리 없이 해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선원들의 근무 시간을 좀 따져 보자. 육상에서 근무하는 일반인들의 근무 시간은 보통 8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주 5일제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일주일에 40시간을 일하게 된다. 물론 선상에서도 하루 8시간 근무는 기본이다. 24시간을 세 사람이 8시간씩 쪼개서 근무한다. 4시간을 일하고 8시간을 쉬고, 또다시 4시간을 일하고 8시간을 쉰다. 보통은 그 시간을 당직 시간이라고 이야기하고, 선원들은 그렇게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근무하는 행태가 좀 많이 어설프다. 이등 항해사를 예로 들어보자. 그들의 근무시간은 12시부터 오후 4시, 그리고 자정부터 새벽 4시 까지다. 아침에는 늦게까지 늦잠을 자야 하고, 나머지 근무시간은 한밤중에 야근하는 꼴이 된다. 신체 리듬을 깨는 무리한 근무행태다. 뒤를 이어 새벽 4시부터 근무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남들 일어나 일하는 밝은 아침 시간에 쉬어야 한다.

이런 행태를 두고 불합리한 근무 행태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선원들에게 일반 노동자와 똑같은 주 5일제를 시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 시행하고 있는 3교대 근무를 4교대로 하면 된다. 3명이 24시간을 쪼개어 근무하는 게 아니라 4명이 24시간을 나누어 근무하는 행태다. 그렇게 계산하면 어느 일정한 시간을 중간에 쉬는 시간 없이 연속적으로 6시간을 일하면 된다.

산술적인 계산으로 일반인들이 주당 40시간을 근무하지만, 선원들의 4부제 근무는 주당 42시간(6시간 x 7일)이 된다. 그렇게 하더라도 선원은 일반인들보다 2시간 더 많은 시간의 용역을 제공하는 꼴이 된다. 또 하루 중 어느 일정 시간을 쉬지 않고 6시간을 근무한다면 더 많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필자의 제안이 파격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말 꺼내는 자체가 ‘쳐 죽일 놈(?)’이다. 혹여 공론화라도 된다면 생각지도 않은 직원을 두 명이나 더 채용해야 하는 꼴이 된다. 그러나 신규 해기사는 4등 항해사, 또는 4등 기관사가 될 게 분명한데, 그들의 급료는 그렇게 많지 않다. 어느 직장이나 급료는 서열에 따라 차등 되게 지급되기 때문이다.

또 군대에 가야 하는 대신 선상에서 봉사하는 군 미필의 대체 인력들은 기꺼이 그런 자리를 희망하고 있다. 물론 군 대체인력에 대해 부당한 대우를 하면서까지 그렇게 하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고급 인력을 키우는 과정의 하나로 보편화시킨다면 못할 것도 없다. 실습 항해사, 실습 기관사를 단시일에 끝내는 지금의 대학교육과정을 개편해서 재학 중에 실습과정을 이수한 후에도 졸업 후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실습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에게도 일반 선원들과 똑같은 대우를 해 주면서, 더불어 선박에 근무하는 모든 선원에게도 일반인과 똑같은 복지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자는 이야기다. 선원들이 ‘하루 6시간 4교대 근무’가 시행된다면 그 ‘쳐 죽일 놈’이 된다고 해도 딱히 서글플 일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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