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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해양수산부 부활을 위한 외침
옛 해양수산부 부활을 위한 외침
  • 해사신문
  • 승인 2012.06.0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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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海 유희민 작가, cupscap@naver.com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보자. 만약에 귀하가 비행기 사고로 홀로 무인도에 있게 된다면? 쉽게 이야기해서 로빈슨 크루소를 생각하면 된다. 처음 한동안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지 모르지만 현명한 사람이라면 생존을 위해 행동하게 될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가 그랬다. 구조를 받을 때까지는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심심하다거나 적막감 따위를 체감하기는 하겠지만 우선 살아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게 될 것이다.

스스로 먹을거리를 찾아야 하고 당장 안전한 잠자리를 만들 것이다. 그렇게 생활하다 보면 그 환경에 적응하게 돼서 좀 여유도 생기겠지만, 그렇다고 그곳에 계속 머무르지는 않는다. 끊임없이 구조를 기다리고 자유세계로 가기 위해 노력한다.

비슷한 경우의 영화도 있다. 톰 행크스 주연의 캐스트 어웨이(Cast Away)라는 영화다. 그는 비행기 화물 중에 있는 스케이트 날을 날카롭게 갈아서 칼로 이용해 요리도 하고 집도 만들어 낸다. 영화 중에는 불(火)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다.

불 자체가 생존에 가장 필요했기 때문이다. 생활에 여유가 생겨서 축구공에 사람의 얼굴을 그리고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윌슨’이라는 이름까지 붙여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그렇게 여유가 있다고 해서 그 환경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그는 결국 뗏목을 만들어 그곳을 탈출한다.

뗏목으로 탈출하는 이야기가 나와서 하나 더 하자. 빠삐용이라는 영화다. 프랑스 소설이지만 미국에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더 흥미롭지만, 소설보다는 영화가 더 히트하는 바람에 사람들은 그 내용이 실화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원작자 앙리 샤르에르는 포주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면서 11년 동안 무려 8차례나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번번이 잡혀서 결국, 수용자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디아블(악마의 섬)에 갇히지만, 코코넛 자루 2개를 연결한 뗏목을 안고 바다로 뛰어들어 탈출에 성공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빠삐용으로 등장한 스티브 맥퀸이 바다 위 야자수 자루 위에 누어서 통쾌하게 외친다. ‘야 이놈들아!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또 다른 상상을 해 보자. 비행기 사고가 났지만 혼자가 아닌 열 명 정도가 살아서 무인도에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혼자일 때보다 외로움이나 적막감은 덜할지 모르지만 역시 그들도 살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 각자 해야 할 일이 정해지고 그 틀 안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게 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예전에 살았던 곳보다는 안락함이나 편안함이 덜 할 수는 있지만, 여유가 생겨 생활하는 그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생활에 만족해하며 안주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하든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며 그곳을 탈출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이다. 마치 톰 행크스, 그리고 빠삐용과 같이 뗏목을 만들어 그곳을 벗어나려고 시도하게 된다.

무인도에 열 명이 갇혀 있는 상황처럼 지금의 300만 해양수산인도 무인도에 내버려져 있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국토해양부가 해수부와 국토부가 함께 운용되는 거대한 공룡으로 변하면서 마치 비행기가 사고가 발생하여 승객 일부가 조난당한 것처럼 내버려져 진 것이다. 현 정부가 건설에 치중하는 편향된 정책을 시행하는 까닭에 국가의 성장 동력을 상실하는 피해를 낳고 있는 것이다. 여야 모두 각 정당이 그 폐해를 인정하고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도 독립적인 옛 해양수산부가 꼭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지금의 국가 정책은 집을 새로 장만하고 집안의 인테리어만 신경 쓰고 있는 꼴이다. 국토부에만 정책이 편중된 사실이 그것이다. 집안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해양영토를 확장하고 늘리는 일에 더 많은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해양영토를 개발하고 확장하는 일이 우리만의 생각은 아니다. 본지에서도 특별히 기사로 다루기도 했지만, 잠잠하게 있던 미국이 유엔 해양법 협약의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게 얼마나 중요한 사안이면 클린턴 국무장관을 필두로 관계되는 실세 그룹이 나서고 있다고 한다. 그 법은 심해저를 비롯한 해양의 평화적 이용, 해양 자원의 활용, 해양생물자원의 보존을 촉진하고, 모든 국가 간 평화ㆍ안전ㆍ협력 및 우호를 증진하기 위한 해양법 질서를 확립하는 데 목적이 있다. 1994년 11월 16일 발효된 후 2010년 1월 현재 우리나라, 일본, 중국, 러시아 및 대부분의 개도국을 포함하여 159개국이 서명했으나, 서구 선진국은 심해저개발제도에 불만을 품고 협약 서명을 꺼리고 있다. 서약을 꺼리던 미국에서조차 이제야 비로소 새로운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무인도에 갇혀 있었다. 자의든 타의든, 혼자든 또는 열 명이든 편향된 그 환경에서 적응하며 막연하게 탈출을 시도하기 위해 뗏목을 만들 생각만 해 왔다. 이제 우리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안전하고 튼튼한 뗏목을 만들어 띄워야 한다. 집안의 실내장식이야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집 밖에 버려진 땅을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 더 급선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 일만을 전담하고 치중해야 할 특별한 부서, 옛 해양수산부의 부활이 절실하다. 국가를 상대로 그저 그들을 바라보고 기다려서 되는 일도 아니다. 스티브 맥퀸(빠삐용)처럼 큰 소리로 외쳐야 한다. ‘야 이놈들아! 나는 아직 살아 있다-!’. 300만 해양수산인은 아직 살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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