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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리어카라도 하나 장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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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사신문
  • 승인 2012.05.2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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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海 유희민 작가, cupscap@naver.com
살다 보면 엇비슷한 상황인데도 어울리는 조합이 있고, 또 그렇지 못한 조합이 있다. 할아버지와 손녀의 나들이, 뭔가 고즈넉한 분위기다. 그러나 할머니와 손자는 전자와 비교하면 좀 그림이 떨어진다. 잘 생긴 여자와 못생긴 남자는 남자가 능력이 있어 보이고 괜찮다.

그러나 여자는 별로인데 남자가 아주 잘생겼다면 쓸데없는 상상을 유발한다. 분명히 여자가 뭔가 있든지, 아니면 재벌의 딸이 아닐까에 의심한다. 요사이 신 결혼 풍속도는 상대의 나이를 크게 따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그건 거짓말이다. 남자의 나이가 많아서 배우자와 띠동갑인 경우는 그런대로 봐 줄만 한다.

그것도 남자가 능력이 되니까 그렇게 했을 것으로 생각해 버린다. 그러나 여자가 나이가 많아서 배우자가 띠동갑이 되는 연상의 커플이라면 그건 좀 부조화다. 여자가 돈이 많든, 아주 매력적이든 그들을 봐주는 시선은 뭔가 뒷모습이 궁금한 의구심을 품게 마련이다. 요사이는 그런 커플이 많아서 보는 시선도 좀 많이 무뎌진 느낌도 든다. 별 탈 없이 잘 차고 다니던 불알까지 떼어내고 성전환해서 다른 사내와 사는 시대이고 보면 나이 차이가 좀 나는 건 그러려니 하고 사는 모양이다.

며칠 전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올랑드의 결혼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지금도 법적으로 미혼이라고 한다. 방송국 진행자인 발레리 트리르바일레와 동거 중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많이 생소한 뉴스다.

엄밀히 말해 두 사람은 정식 결혼이나 단순한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 ‘시민연대협약(PACS·팍스)’에 의한 파트너 관계다. 요즘 프랑스에서는 결혼보다 팍스를 택하는 커플이 많다. 사회복지와 세금·자녀교육 등에서는 결혼과 같은 혜택과 보호를 받지만, 당사자끼리 합의하면 신고만으로 자유롭게 갈라설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동거라는 말 자체가 놀랍다. 우리나라 같으면 대통령으로 출마할 자격까지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그들은 당당하게 그런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생활한다. 동거녀의 포부는 더욱 당차다. ‘엘리제 궁에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국민의 세금을 쓰지 않겠다. 여전히 방송국에서 일하고 돈을 벌겠다.’라고 일갈해 버렸다. 프랑스 언론에서조차 직장을 가지고 일하는 최초의 퍼스트 레이디가 나왔다고 보도를 했다.

프랑스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하자. 정권을 물려줘야 할 현직 대통령인 사르코지는 당선자 신분인 올랑드 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6개월 만에 이혼하고 모델 겸 가수 출신인 카를라 브루니와 결혼을 해 버렸다. 재임 중에 이혼과 결혼을 동시에 해 버린 것이다. 역시 전처의 드센 발언도 화제였다.

그녀는 원래 2005년 이벤트 기획자와 사랑에 빠져 사르코지와 살면서 외도를 했었다. 그러나 정작 남편이 대통령이 되자 ‘뭐 이제 이 정도면 됐잖아? 난 이제 내 갈 길을 갈 거야.’라고 말하고 바람을 피웠던 이벤트 기획자에게 돌아가 버렸다. 사랑을 위해 영부인 자리를 포기한 그녀에게 개인적으로 갈채를 보낸다. 프랑스다운 이야기는 또 있다. 다른 대통령은 몰라도 미테랑은 많은 사람이 기억할 것이다.

그 미테랑도 대단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 숨겨놓은 애인과 바람을 피워 딸까지 두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부인 다니엘 여사는 공식적인 행사에는 모두 참석했지만 엘리제궁에 들어가지 않고 자택에서 생활했다. 대통령인 남편의 위치를 생각해 바람을 피울 수 있게 암묵적으로 동의해 주었다. 그리고 끝까지 부부 생활을 깨지 않았다. 그러나 그 여성에게도 막판 반전은 있었다. 죽기 전 마지막 휴식처로는 남편의 옆자리가 아닌 친정 가족들이 안치된 묘소를 선택했다.

프랑스는 중세 때부터 워낙에 성(性)에 자유로운 나라다. 정도가 심해서 문란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어지간한 추문은 화젯거리도 아니다. 아예 대 놓고 사실을 인정하고 그게 뭐가 문제냐고 달려드는 형국이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유사한 사실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알려진 사실로는 전유성 씨와 진미령 씨의 계약결혼이 있다. 물론 그들은 지금 이혼한 상태다. 법무부 장관 출신인 강금실 씨도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다. 정치인 중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가 아직도 미혼이다. 만약 박근혜 씨가 대통령이 된다면 또 하나의 괜찮은 기삿거리가 대한민국에서 나올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남녀가 결혼해서 살다가 헤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만나는 그 순간은 서로 열열하게 사랑했을 게 분명한데도 그 현상을 유지하지 못하는 데 있다. 결혼의 조건은 사랑이다. 사랑하지는 않지만 다른 조건들이 사랑보다 우선한다고 해서 결혼하는 행위는 살아가면서 주변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필자가 사는 동네에 언제나 부러움을 사는 늙은 부부가 있다. 그 부부는 함께 폐지도 줍고 빈병 따위를 거두어 고물상에 판다. 젊어서부터 슬하에 자녀가 없었다고 한다. 밤늦게 고물상에 폐지나 공병 따위를 모두 넘기고 나면 그 할아버지는 빈 리어카 뒷자리에 언제나 할머니를 태워서 끌고 집으로 돌아가신다.

평생 그렇게 사시는 그분들은 이 세상 무엇보다 어울리는 조합이고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사랑이 충만하지 못한 필자를 두고 마누라가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또 씨부렁거린다.
“염병할, 에쿠스 뒤에 타고 가는 귀부인이 안 부럽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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