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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해양인’-오거돈 총장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해양인’-오거돈 총장
  • 김미득
  • 승인 2012.01.30 0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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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부로 임기 만료…해양연맹 총재로 취임 예정
“바다는 땅입니다. 과거 땅에서 구하던 모든 것을 이제는 바다에서 찾게 될 것이며 특히 육지에서의 자원 고갈로 인해 더 깊은 곳에 있는 자원을 채취하다보니 비용이 늘어나고 있어 이에 따라 그간 비용문제로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했던 바다 자원 개발에 전 세계가 뛰어들 것입니다.”

한국해양대학교 오거돈 총장은 지난 27일 통합기자단과의 기자 간담회에서 이 같이 해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해양수산부 부활을 주장했다.
오거돈 총장은 “(이러한 해양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해양수산부 장관시설 해양과학 예산을 2000억 원까지 증액시켜놓았으나 예산이 점차 깍이고 있다. 서해안의 경우 물류 때문에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들에 따르면 국토해양부의 해양예산이 매년 10%씩 줄어들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오 총장은 “우리나라 영토는 좁고 영토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은 없어 대한민국이 향후 1등을 할 수 있는 것은 해양밖에 없다”며 “한국을 중심으로 한 물류를 통해 한-중-일이 힘을 합친다면 EU, NAFTA와 함께 세계 3대 브럭이 될 것이고 이를 통해 한중일 경제 공동체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취업율 1위, 장학금 수혜율 1위의 한국해양대학교로 성장시키고 국제해양대학교총장협의회(IAMU) 의장으로도 선출돼 세계 해양정책을 수립하는 데 한국의 영향력을 높인 장본인인 오거돈 총장은 오는 3월 5일이면 퇴임한다.

오 총장은 오는 4월 11일 개최되는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지 않을 것임을 말해 정계 진출설에 대해 일축하면서 현재 대한민국해양연맹의 총재로 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해양의 발전을 위해 본인의 힘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음은 오 총장과의 일문일답.-전문-


-총장님이 생각하는 해수부 부활의 방향은?
“행정조직은 국정철학의 반영이다. 과거 해양수산부 시절에는 장관이 24시간 해양에 대한 문제를 걱정하고 챙겼다. 그 만큼 해양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에선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부의 담당 국장 한두 명이 그 일을 하고 있다.
따라서 국정 우선순위에서도 밀리고 관심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한 결과로 예산이나 인력 면에서도 해양분야는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해양은 우리나라가 세계 1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분야이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와 부족한 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해양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해양강국이 됐지만 우리는 아직도 해양분야를 단순히 항만물류로만 보고 있다. 그러나 해양은 해양자원, 해양에너지, 해양바이오, 해양플랜트, 해양관광 등은 물론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이다. 그래서 해양총괄부처의 신설 내지 부활은 절체절명의 과제인 것이다.
해양수산부를 폐지한 현 정부 입장에서 해양부처의 부활이나 신설이 당장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관련 위원회(예를 들어 해양력강화위원회 등)나 본부를 만들어 대통령 또는 총리 직속으로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럴 경우 그 조직은 해양 관련 부처 장,차관을 총괄하는 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니면 청와대 내에 해양특보 자리라도 새로 만들어 현안을 전담토록 하는 등 국정철학을 굳이 변경하지 않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해양 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한편 우리 정부는 기능별로 부처가 편성돼 있다. 하지만 해양 부처는 유일한 공간 개념이다. 기능별로 나눠 놓으면 모든 국민들이 육지 중심의 사고밖에 못한다. 해양과 관련된 업무는 우선순위에서 빠지면서 해양과 관련한 문화나 건설 교통 등 모든 것들이 발전하지 못한다.
과거 해수부는 해양산업과 환경, 문화, 관광, 기후 같은 부분들이 함께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에 종합적인 관리가 어려웠다. 이번에는 해양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해양대를 4년 동안 이끄시면서 남긴 업적을 든다면?
“취임 당시 저는 우리 대학이 ‘선진 해양강국을 리드하는 글로벌 대학’으로 발돋움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당시 우리 대학은 국내 유일의 해양특성화 종합대학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침체된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대학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을 갖추고 활력을 되찾았다고 자부한다. 대학 구성원과 더불어 다방면에 걸친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열심히 추진해 온 결과 이제는 우리 대학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들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됐다고 생각한다.

먼저 국내 유일 해양특성화를 지향하는 종합대학에 걸맞게 해양과 관련된 주요 국책사업을 수주하는데 매진해 수주액이 지난 10년간보다 많은 1382억 원을 돌파했고 전임교원 1인당 연구 지원비도 부산ㆍ경남 지역 전체 대학 가운데 1위를 달성함으로써 우리 대학의 연구 능력 우수성을 입증했다.

또한 IAMU(세계해양대학교연합)와 AMFUF(아시아해양수산대학연합) 등 국제기구를 통해 세계 해기사 공급시장을 컨트롤할 수 있도록 대학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왔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의 유일한 비정부기구(NGO)로서 전 세계 28개국 53개 회원 대학교로 구성된 IAMU에서 제가 2010년 4월부터 국내 최초로 의장직을 맡아 우리 대학에서 총회를 유치하는 등 세계 해양 정책의 결정과정 및 제도 개선 논의 등에 본격적으로 참여해 왔다.

아울러 세계적인 해사교육분야의 명문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캄보디아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순방하면서 우리 대학만의 차별화된 교육 시스템을 전파하는 ‘교육 수출’에 앞장서 왔다. 해외 유수 학교와의 교류 추진은 물론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글로벌 해운 인재를 양성하면서 개발도상국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에 적극 매진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말레이시아 최고 사립대학인 MSU를 파트너 대학으로 지정해 말레이시아 교육부가 인정하는 2+2 트위닝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2+2 프로그램은 우리 대학에서 제공하는 교육과정에 따라 2년은 말레이시아에서, 2년은 우리 대학에 와서 공부하고 학위를 받는 제도이다. 이미 올해초 MSU 대학에서 항해학과와 기관학과 신입생 100명씩을 모집했으며 그중 약 60~80명을 선발해 트위닝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이다.

이 밖에도 국내외 동문을 하나로 묶는 해외동문 네트워크 구축, 해외 해양인력 양성 프로젝트 실시 등 국제적인 활동들을 하나씩 강화해 왔다.

대학 내적으로는 장학금 지원, 취업촉진, 어학능력 향상, 글로벌 능력 배양, 교육 환경 개선 등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계획하고 시행해왔다. 그 결과 교육역량강화사업 4년 연속 선정, 전국 4년제 국공립대학 가운데 교육성과지수 3년 연속 1위,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 전체 대학 가운데 가장 저렴한 등록금 유지, 2011년도 전국 국공립대학 취업률 1위(다그룹),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 취업률 1위 등 대학의 교육 경쟁력을 확고히 인정받고 있으며 캠퍼스도 진입도로부터 기숙사 건립, 인조잔디 구장 건설, 도서관 리모델링 등으로 다양한 시설 확충으로 더욱 좋게 변모하고 있다.”

-여러 가지 사업 중 기억에 남는 점?
“무엇보다도 대학의 미래 발전 기반을 조성한 것이다. 가장 잊지 못할 것 중 하나는 우리 대학의 숙원사업이었던 승선생활관을 재 건립하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1945년 개교 이래 해사대 학생들의 기숙사 역할을 해온 승선생활관이 노후화 되어 안전사고 발생 우려 등 우리 학생들이 고충을 겪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대로 된 해결 방안이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대학의 꾸준하고 간곡한 요청 끝에 국토해양부의 협조를 얻어 BTL(임대형 민자사업) 방식으로 기숙사를 건립하게 돼 매우 기뻤다.

이 외에도 선박모의실험장치와 케미컬탱커훈련센터를 보강함으로써 기존의 마린시뮬레이션 센터를 세계 최고 규모의 센터로 거듭나게 한 것, 시대 변화에 맞춘 학제 개편으로 해양프랜트운영학과를 신설하고 선박금융학과 및 해양군사대학이라는 계약학과를 만든 것은 제게 큰 보람이었다.
더욱이 전국 대학에서 최초로 실시한 1:1 동성 멘토링의 확대, 몽골 등지에서의 해외봉사활동, 어촌 지역을 후원하는 해양봉사활동, 총장배 요트대회를 통한 해양문화 및 레포츠 실현 기회 제공,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대학 축제 마련 등 지역 및 국가 발전을 위한 대학의 책무를 다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 것 또한 잊지 못할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가적 해양 현안 문제에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있는 연구 및 정책개발 면에서 아직도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북극해항로연구센터나 여수EXPO추진지원단 등을 설립했지만 해양산업 육성정책 개발 등에선 미흡한 부분이 많다. 국제화 분야에서도 외연은 넓어졌지만 내용적으로는 외국인 유학생과 교수 확보 등에서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

-해양과학기술원법 제정안의 국회통과가 예상되는데 해양대의 변화?
“동삼혁신지구에 해양관련기관을 유치해 글로벌 해양 교육과 연구, 문화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2006년부터 우리 한국해양대학교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해양클러스터 조성사업이다. 우리 대학은 2006년 공공기관유치위원회를 구성해 교과부, 국토부, 부산시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4개 공공기관(한국해양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국립해양조사원,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의 이전계획을 성사시켰다.

이번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설립’ 추진 과정에서도 우리 대학은 성공적인 외국 대학-연구소의 협력사례를 벤치마킹해 선도적인 학연협력 모델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미국 MIT-Woods Hole 해양연구소, UCSD-Scripps 해양연구소 등의 협력사례를 벤치마킹해 학연 간 협동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겸직교수․연구원제도를 활성화하는데 고심해 왔다.

해양과학기술원법은 우리 대학 총장이 초대 이사장 및 당연직 이사를 유지하는 법안인 만큼 대학-출연(연)의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정착시키고 확산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우리 대학 위상이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선 타 대학과의 뚜렷한 차별성과 경쟁력으로 향후 블루오션에 대비한 적절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선도대학으로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대학을 제외한 다른 해양관련 대학들의 참여문제와 관련해선 ‘선 설립, 후 협력’을 원칙으로 해양과기원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부산대와 부경대, 한국해양연구원 등 참여 기관 구성원 간의 신뢰와 합의를 바탕으로 해양과기원을 통해 우리 부산이 해양메카로 거듭나고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해양연구기관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나가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올해 해양산업에 드리운 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어떻게 바라보는지?
“해운경기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불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해운경기가 활성화될 것에 대비해 국가적으로 해양산업 육성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학에서도 관련 정책 개발에 힘을 보탤 것이다.

-재임 중에 끊임없이 정계 진출설이 있었는데 퇴임 이후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남은 기간 동안 총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데 최선을 다할 뿐이다. 과거 공직생활과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저는 해양발전, 부산발전, 국가균형발전이라는 3대 기조를 지키는데 제 역량을 쏟아 부었다.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며 그 기조를 실행하기 위한 봉사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따름이다.”

-젊은 학생들에게 바라는 바?
“제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이며 바다처럼 넓고 깊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곧 저의 생활철학이다. 우리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인류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과제가 되고 있는 바다처럼 넓고 깊게 사고하면서 행동해 나간다면 앞으로 글로벌 해양리더로서 틀림없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인간에겐 누구나 위기도 있고 기회도 찾아오지만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선 맡은 분야에서 바다처럼 넓고 깊게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완전한 실패이다. 젊은 날 도전해서 실패하는 것은 성공의 필수적 단계이다. 어렵지만 목표를 설정해서 과감하게 도전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도전하고, 시련을 극복해서 역량을 키우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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