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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안전기술공단도 선급업무 해야 한다”
“선박안전기술공단도 선급업무 해야 한다”
  • 김기만
  • 승인 2011.05.27 0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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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태 이사장 지난 27일 퇴임, 인터뷰서 밝혀
민경태 선박안전기술공단(KST) 이사장은 “부임 당시 공단에 대해 잘 몰랐지만, 뭔가 내 능력을 시험해 봐야겠다는 의지는 강했으며,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해서 인지 간부들이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였다”면서 “직원들은 창의성이 없이 시키는 일만하고 회의를 해도 전혀 말이 없었고, 이사장 메일에 대해 답장이 없는 어쩌면 정부조직보다 훨씬 관료적인 분위기였다”고 부임당시 분위기를 회고하면서 “많은 성과를 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임기 3년을 마치고 아름답게 퇴임하는 민경태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을 지난 18일 단독으로 만나 임기동안 괄목할 만한 경영성과를 올린 비결을 들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지난 3년간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공공기관의 역할중 가장 중요한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객만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객만족도를 가지고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것이다. 공단은 연간고객이 3만 명, 고객 대부분이 평가에 인색한 영세한 어민이고 하는 일이 규제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선박검사업무이기 때문에 사실상 1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우리 공단은는 예산이 약 200억 원으로 반은 정부지원이고 반은 자체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매년 10억여 원씩 적자를 보았는데 2008년에는 4억 원, 2009년에는 23억원, 그리고 지난해에는 무려 47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더욱이 3년6개월 동안 수수료 인상도 없었으며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수입 선박이 감소되어 수수료수입이 약 10억 원 줄었다. 특히 2009년 4월부터 3년 동안 약 5만 여척에 달하는 2톤미만 선박에 대해 검사가 추가됐다. 그 수입이 2009년에는 6억 원, 2010년에는 11억 원에 달했다. 그런데 척수는 많고 수수료는 3만원에 불과해 교통비에도 미치지 못했다. 2톤미만 선박에 투입한 인력을 다른 곳에 투입했다면 훨씬 돈을 더 많이 벌었을 것이다.”

-3년전 취임 당시 가장 강조한 부문은…

“조직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무척 고민을 많이 했다. 당시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보니까 비전을 확정하는데 40여일이 걸렸다. 당연히 직원들과의 워크숍, 국토부관계자,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평가팀, 고객들과 많은 토론을 거치면서 확정한 것으로 고객만족, 수익증대, 역량강화 등이다. 임기 3년 동안 수백번 반복했던 말이다. CEO가 한번 말하는 것과, 10번 말하는 것과, 100번 말하는 것과 500번 말하는 것과의 차이는 분명 다르다.”

- 가장 힘들었던 비전은…

“직원들이 가장 공감을 안 해준 비전이 고객만족이었다. 다들 고객만족은 봐주기식 검사를 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를 했다.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간부도 있었다.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대접만 받다가 태도를 180도 바꿔 고객을 하느님같이 대접해야하니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CEO들은 특히 공공기관의 CEO는 비전을 바꾸거나 포기했을 것이다. 여러 가지 논리를 개발해서 직원들을 설득했다. 우리의 고객은 선주다. 고객이 있으니까 우리가 존재하며 봉급을 받고 우리가족이 먹고 산다. 그런 고객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했다.”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직원들 설득은 어떻게 했나?

“우리공단의 경우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고객만족도 설문조사를 보면 설문문항이 24개로, 이중 철저한 검사와 관련이 있는 문항이 8개다. 철저한 검사 없이는 높은 고객만족도를 얻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검사를 철저히 하면서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 방법은 자기 부모형제가 가지고 있는 배를 검사한다는 마음으로 검사를 하면 좋은 고객만족도점수를 얻을 수 있다. 부모 소유의 배를 검사할 때 대충 검사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비용을 많이 드려 수리하라고 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논리로 설득했다.”

-비전과 평가체계를 철저히 연계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비전을 달성하는 전략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비전과 평가체계를 연계시키는 것이다. 상당히 서둘렀지만 일이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용역 내용, 용역비 확보, 용역업체 선정 등 2달이 넘게 걸렸다. 용역도 3개월이면 가능하다고 보았는데 4개월이 걸렸다. 아마도 이사장이 용역과정에 깊이 관여했고 요구사항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비전과 평가체계가 우리만큼 강하게 연계되어 있는 조직은 없다고 본다. 평가는 모두 3개, 승진서열을 작성하기 위한 평가, 연봉을 정하기 위한 평가, 인센티브를 정하기 위한 평가가 있다. 고객만족, 수익증대, 역량강화를 잘 하면 3가지 평가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고객이 검사원을 평가했다고 들었는데…

“사람을 소중히 한다는 말이 있다. 요즈음 대학들은 학생이 교수를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교수들은 자기 학생들의 지나가는 말도 확인해서 답을 준다. 학생들로부터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평가가 자기 연봉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친다면 상황은 더 달라 질것이다. 부임 후 3달 정도 지나 고객이 검사원을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목소리 좋은 여대생 3명을 인턴으로 채용해 설문조사 전문기관에서 사전에 교육을 받게 하고 매일매일 조사내용에 대해 토론을 하면서 전화 설문조사를 했다. 100여명의 검사원이 대상이 됐는데 3주가 걸렸다. 검사원 1명당 10~15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최근 6월 이내 검사한 실적에 대해 설문을 했다. 점수가 좋은 검사원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포상을 했고 점수가 낮은 검사원에 대해서는 지부장으로 하여금 특별 관리를 하도록 했다.”

-수수료 인상 없이 수익을 많이 올렸는 방법이 궁금하다

“누구나 궁금해 하는 대목이다. 상황이 바뀐 것이 전혀 없는데. 수수료 인상도 3년 반 동안 없었고 한건해서 번 돈도 아니다. 고객만족도가 높아 고객이 늘어난 결과라고 본다. 또한 한국선급 물량이 공단으로 옮겨온 것도 요인이며 개인기업들이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브랜드를 제고해서 매출을 늘리는 것과 같이 공공기관에서도 통용되는 이치다. 얼마 전 정기 인사할 때 많은 직원들이 조언하는 말은 어떻게 인사를 하면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우리 직원들은 모두 고객만족도를 높이면 지속가능하게 수입이 늘어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역량강화 성과와 관련해 아쉬운 점은?

“모든 보고는 고객만족, 수익증대, 역량강화 이 3가지로 구분해서 실적과 계획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최근 인사 때 팀장과 지부장의 의견을 들어 인사를 했는데도 어렵지 않게 했다. 신규직원을 선호하는 경향, 직원들의 역량이 높아진 것이 그 이유라고 생각한다. 교육강화, 멘토링 강화, 역량강화프로그램 시행, 지부장들의 신규직원교육에 대한 관심증대, 연고지배치 인사에서 순환보직으로 바꾼 인사원칙 등 그동안 추진해온 것들의 종합이 아닌가싶다. 노조 때문에 시행하지 못한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 대한민국 대표선수를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직원 개인별로 하나씩 토픽을 정하고 필요한 서적/자료구입은 공단이 지원하고, 1년 동안 연구를 해서 대한민국에서 최고 권위자가 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국토해양부 회의나 국제회의에서 하나하나 인정을 받으면 공단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선급의 업무를 공단도 하겠다는 입장이던데…

“선급업무는 취임 초기부터 추진했는데 아직까지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처음에 국토해양부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정책결정의 기준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고객, 이용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저렴하게, 얼마나 편리하게, 얼마나 빨리 일을 처리해 주느냐일 것이다. 선급업무는 선주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 KST가 선급업무를 하면 선주의 보험가입선택폭이 넓어진다. KR이 검사 한 경우, KST가 검사 한 경우, 선급검사가 없는 경우로, 선택기준이 종전 2개에서 3개로 늘어난다. KR이 검사를 한 경우는 검사가 엄격해서 수리를 많이 해야 한다.
대신에 보험료가 싸다. 수리비와 보험료는 반비례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선사에 이익이 되는지는 선사의 사정에 따라 선박의 항행구역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경쟁상대가 생기면 서비스가 좋아지고 검사수수료가 저렴해지며 정부검사와 보험검사를 같은 기관에서 동시에 해야 선사가 편리하고 비용이 적게 든다.”

-실질적인 자료가 있는가?

“선급검사는 보험을 들기 위해 하는 검사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사고율인데 사고율 산정은 정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공단이 보험검사를 하고 있는 1000여척의 선박에 대해 보험회사에 지급힌 보험료와 사고가 발생해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보험금의 비율이 16.8%, 보험회사가 이익을 봐도 너무 많이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비 IACS선급할증 때문이다. 무슨 이유로 할증을 하는지 통계숫자로 설명이 돼야 다. 할증자체가 불공정행위를 만들고 있다. KR과 보험회사가 부당한 이익을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로 고발을 해서 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독일 선급과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다.”

-해운조합과 공단이 협력할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해운조합 공제에 가입한 선박 중 1300여척을 공단이 검사를 하고 있으며 1300척 중에서 선령, 선종, 항로 등을 감안하면 사고율을 낮출 수 있는 선박을 선별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선택된 200~300척의 선박에 대해 1년 동안 경영과 관련한 안전분야 컨설팅, 선박자체의 검사, 운항자 교육을 통해 사고율을 낮춘다면 해운조합이 보험료를 낮추고 선사는 낮아진 보험료 중 일부를 KST에 수수료로 지급하는 스킴이다. 해운조합은 보험료수입은 줄지만 대신 보험금지급이 줄어 손익은 계산해 봐야 한다. 더욱이 해양사고가 줄어 국가 전체적으로는 이익이며 선사는 당연히 보험료를 적게 내니까 좋다. 이와 관련 최근 MOU를 체결했다.”

-스마트워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예산 34억원으로 지난해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 검사서류 D/B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D/B구축사업은 검사관련 자료를 화재나 도난 등으로부터 영구보존하기 위해서다. D/B구축사업과 병행해서 스마트워크사업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움직이면서 일을 하는 방식을 스마트워크라고 한다. 스마트워크를 해야 하는 이유는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검사인력을 감축해 잉여인력으로 선급업무와 정부의 정책지원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말해 현장에서 검사신청을 받아 검사를 할 수 있고 검사증서도 현장에서 발급해 줄 수 있으며 지부장 결재도 가능하다. 영상으로 검사현장을 보면서 원거리에 있는 전문가와 토론하면서 검사 할 수 있다. 근무시간에 사적으로 일하는 시간은 근로시간에서 제외된다. 집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면 그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연봉제가 아니라 월봉제를 도입할 수 있다. 한 달 열심히 일을 해서 실적을 올리면 다음 달 봉급이 올라간다. 강력한 성과급제가 아닌가. 출퇴근 시간 단축, 신속한 검사, 강력한 성과급제도입 등으로 검사인력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임기동안 가장 아쉬웠던 일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부임 초기 직원들에게 메일을 자주 보냈다. 3달 정도 지나니 메일 보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직원이 있었다. 노동조합위원장 출마자들간에 선명성 논쟁이 붙어 보낸 메일이 이사장의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한동안 메일을 보내지 않았다. 그때 노조의 반대만 없었다면 지금은 더욱 놀랄만한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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