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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 다한 해기사 징계줘서는 안된다”
“의무 다한 해기사 징계줘서는 안된다”
  • 김기만
  • 승인 2011.04.28 0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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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택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원장 특별대담
“선·기장 등 해기사들이 해양사고 방지를 위해 상당한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대해서는 징계를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임기택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하 중해심) 원장은 지난 22일 오후 3시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강조함에 따라 향후 중해심의 심판 방향에 대해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임 원장은 “재판 과정에서 선원들이 사고방지를 위해 업무범위 안에서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증거가 나오면 설령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징계를 줘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왜냐하면 “중해심은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기술심판원이지 형법을 적용하는 사법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사고가 발생하면 결과에 대해서만 주로 심판하고 있는데 이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연안선의 경우 항해사가 졸아서 충돌사고가 발생했다면 왜 졸음항해를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과연 선사의 안전관리체계나 선박직원법상 규정에 맞게 승선근무하고 있는지 등의 원인규명을 철저하게 분석, 사고 원인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밝혀내서 이를 선사에게 피드백 해 줌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해심의 존재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또 “해양사고에 대한 전체적인 통계자료는 있으나 선박의 운항 형태가 상당히 차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심지어 어선과 상선, 국제선과 국내선 등이 구분이 안 되어 있어 사고 방지를 위한 정책 자료로 활용하기가 힘든다”며 현행 통계자료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또한 “대부분의 해양사고가 충돌인데 이에 대한 분석이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올해는 중점적으로 충돌사고에 대한 원인을 밝혀내 선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분석자료를 제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하겠으며, 이를 위해 5월중으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임 원장과의 인터뷰 주요내용.

충돌사고 가장 많아…원인 밝히는데 ‘올인’

- 세계 제1의 해양사고 조사·심판기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지요?
“올해는 해양안전심판원이 개원한지 49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동안 해양안전심판원은 ‘세계 제1의 해양사고 조사·심판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해양사고의 정확한 원인규명과 함께 해양안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우리원의 고유영역을 조명하고 대내외 협력을 적극적으로 도출하기 위한 사업을 중점 추진할 예정입니다. 우선 해양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한 규명과 함께 선원의 근무환경, 선사의 안전관리체제 등 사고에 이르게 되는 간접적 원인까지도 규명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안전권고의 공신력을 제고할 것입니다. 또한 법원, 검찰 등의 기관, 도선사협회, 한국선급 등 업·단체와의 깊고 넓은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간담회, 공동세미나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MOU체결을 추진해 심판원의 위상을 정립하고 기능을 강화할 것입니다. 아울러 해양사고방지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주요 해양사고 및 재결의 시사점을 조명하는 자료를 발간, 전파할 계획입니다.”

-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세계 역사적으로 유명한 ‘타이타닉 침몰사건’이나 국내에 큰 파장을 일으킨 ‘서해훼리 전복사건’ 등 해양안전의 역사에 획을 그은 사건을 재조명할 수 있는 (국제)세미나 개최를 계획하고 있으며, 2007년 충남 태안해상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릿 해양오염사고의 원인분석과정, 피해결과, 사고가 우리에게 갖는 의미 등을 재조명 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주기적으로 주요 해양사고의 교훈사례 및 통계분석자료를 수요자 관점에서 작성해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핵심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해양안전심판원이 명실상부한 세계 제1의 해양사고 조사·심판기관으로서 거듭 날 수 있도록 전 직원이 협심, 단결해 노력을 경주할 계획입니다.”

- 조사·심판 인력의 전문성 향상은 어떻게…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가장 큰 경쟁력은 조사·심판 인력의 전문성입니다. 세계최고의 해양사고조사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 조사관 심판관의 자질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조사 및 심판과정에서의 쟁점사항에 대한 직무세미나 개최, 최신 기술·정보에 대한 정기적인 직무교육 뿐만 아니라 재결 결과에 대한 내·외부의 비평기회 제공과 발전적 의견수렴을 위한 재결평석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며, 사고빈발 해역에서 현장중심의 선종별(컨테이너선, 카캐리선, 유조선, 어선 등) 승선훈련도 실시할 계획입니다. 또한 급변하는 해상 및 선내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항법, 레이더 시뮬레이션, 해상엔진, 선체구조 등에 대한 최신 정보 습득을 위해 해양대, 연수원 등으로 위탁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무료 ‘국선심판변론인 제도’ 11월경 시행될 듯

- 무료 국선심판변론인 제도가 도입된다고 들었습니다. 언제부터 어떻게 시행되는지요?
“조사·심판과정에서 사회적 약자 등을 배려하기 위해 국선심판변론인 제도와 약식심판 제도를 도입하고 이해관계인의 심판 참여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 중에 있으며, 조만간 법이 개정되면 한층 더 질 좋은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선심판변론인 제도는 심판변론인을 선임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해 당사자의 신청 또는 심판원 직권으로 변론인 선임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로서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선심판변론인의 심판 참여를 통해 명확한 해양사고 원인 규명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4월말 통과예정이며 5월 공포되면 6개월 후인 오는 11월 정도에 시행될 예정입니다.”

- 과학적이고 신뢰받는 원인규명 시스템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선박이 대형화되고 운항속도도 고속화되는 등 여건이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해양사고의 원인도 복잡·다양화되는 추세이므로 사고당사자의 진술과 조사관들의 과거 운항경험에 의존한 방식만으로는 원인규명에 한계가 있어 사고에 대한 과학적인 원인규명이 더욱 절실한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에 2009년 12월 구축한 선박위치추적시스템(VMS)을 이용해 연안 사고선박의 항적 재연과 항해기록 분석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가장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고 원인규명 기법인 항해기록장치(VDR)의 분석능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1월 발효된 국제해사기구(IMO) 해양사고 조사코드에서도 효율적인 사고조사를 위해 각 체약국에게 항해기록장치 분석능력을 구비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항적재연시스템(VMS)은 다른 나라에 비해 선도적으로 구축해 과학적이고 정확한 사고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였고 여기에 VDR의 분석프로그램을 모두 갖춰 그야말로 첨단 IT를 활용한 조사체제를 구축하게 됩니다.”

- 해양사고의 조사·심판 기능도 중요하지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전문기관 ‘(가칭)해양안전협회’설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해사안전 분야의 정책·기술개발·국제협력 등에 대해 전문적 민간단체를 설립하여 안정적인 정책수행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사안전 분야에 대한 협회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박의 고속화, 대형화에 따라 사고의 개연성이 높아짐에 따라 전문기관, 학계 등과 세밀한 토의를 거쳐 필요성이 대두된다면 관련 단체의 설립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협회가 설립된다면 △해양사고 재발방지 정책개발 △국제협력업무에 관한 대정부지원 △해상교통안전진단 △해상교통 인프라 연구·개발·구축 등의 분야에서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 업계 등 관련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난 49년 동안 우리 해양안전심판원은 ‘세계 제1의 해양사고 조사·심판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온 결과 오늘날 사고원인규명 부분에서는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만, 앞으로도 관련업계 및 학계 등의 보다 많은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해양사고의 경우 과거에는 기계고장 등 하드웨어 요인에 의한 사고가 대부분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선박의 구조 및 항해장비의 개선으로 최근 발생하는 해양사고의 경우 80%가 인적과실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적과실에 의한 사고를 줄이는 것이 해양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의 하나가 되고 있으며 이러한 인적요인에 의한 사고도 혼자만의 과실뿐만 아니라 직무수행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환경이라든지 선박 운용상의 규정이나 절차 등의 원인들이 결합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해운업계에서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

- 끝으로 신임 원장으로서의 각오를 말씀해 주십시오.
“그동안의 해기사로서의 승선생활과 공직 경험과 특히 국제해사협력에 관한 경험을 살려 우리나라의 해양사고조사 기법을 발전시키고, 아울러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심판재결을 보다 공정하고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무겁고 딱딱한 심판원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해양산업에 이바지하는 기관으로 발 돋음 하기 위해 우리원은 무료 국선심판변론인 제도 도입, 화상전화를 이용한 조사, 제주도 이동심판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해양안전심판원이 일부 국민들에게 해양사고관련 선원을 징계하는 경직된 기관으로만 비춰져 온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해양안전심판원과 직원들이 해양사고와 관련된 정확한 조사 및 분쟁해결 등 기본적인 역할은 충실히 수행해 온 반면, 해양사고의 사전방지를 위한 안전교육, 사전예보 등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다소 미흡하였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해양사고의 원인규명 뿐만 아니라 해양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각종 홍보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관련업계 및 선원들을 대상으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맞춤형 교육 등도 적극 실시할 수 있도록 직원들과 함께 전문성과 적극적인 마인드로 무장해 대국민 만족도 제고를 위해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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