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건우 해운금융연구실장
황수진 해운시장연구센터장
김병주 전문연구원
류희영 전문연구원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지속된 높은 컨테이너 운임으로 대부분 선사들의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되었다. 팬데믹 이전 컨테이너 선사들의 이자 및 세전이익률은 3~5%에 불과했지만 2021년 이후 40% 이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 선사들의 총 이익은 2.963억 달러로 2019년 65억 달러 대비 40배 이상 증가하였고, 이로 인해 컨테이너 선사들은 잉여현금흐름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신용 등급 또한 상향 조정되었다.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은 늘어난 현금성 자산을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했는데, 첫째, 이익잉여금을 기반으로 주주배당을 실시하거나 부채를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였다. Maersk는 약 109억 달러, 하팍로이드는 111억 유로를 주주 배당금으로 지급했으며 Evergreen은 임직원에게 인센티브를, HMM, PIL은 부채를 조기상환하였다.
둘째, 친환경 선박 발주를 통해 선대 확장과 함께 탈탄소 규제에 대응했다. 2023년 5월 기준 발주잔량은 766만 TEU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상위 10대 선사 중 양밍을 제외한 모든 선사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신조선을 발주했다. 특히 2022년 하반기부터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메탄올 선박 발주 비중이 늘어나 Maersk 27척, CMA CGM 19척, X-Press 14척, HMM 9척을 발주하였다.
셋째, 선사의 기능을 강화하거나 물류부문까지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기업을 인수・합병하였다. CMA CGM은 북미 동부, ONE는 북미 서부, MSC는 프랑스에 터미널을 인수했으며 Maersk는 브라질에 터미널을 신규 개발했다. 또한 항공, 물류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항공사, 물류사 등을 인수・합병했을 뿐만 아니라 통관, 전자상거래 기업까지 전략적으로 인수하였다.
넷째, 해운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연료 공급을 위한 준비에 투자하는데, 블록체인 플랫폼인 트레이드렌즈의 중단에도 불구하고 상위 10대 컨테이너 선사들은 자체적인 디지털 플랫폼 개발 및 고도화를 추진하고, 전자선하증권을 2030년까지 100% 도입할 것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또한 친환경 연료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기관을 설립하거나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Maersk는 메탄올 공급을 위해 9개 기업과 스페인 정부와 협력을 체결하였으며 CMA CGM은 15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특별기금과 함께 바이오메탄올 공장에 직접 투자했다.
이처럼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은 막대한 자금을 기반으로 향후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규모의 확대, 탈탄소,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국적선사는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국적선사들의 경영실적이 개선되었으나 중소 국적선사의 참여 비중이 높은 한-일/중 항로의 운임은 원양항로에 비해 상승폭이 크지 않아 한계가 명확히 있었다. 아울러 최근 인트라 아시아 항로에 글로벌 선사들의 신규 항로 개설이 잦아 과거보다 경쟁적인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어 향후 국적선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현재 컨테이너 시장의 약세가 수요의 둔화 및 감소보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충격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어 운임 약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국적선사들은 향후 컨테이너 시장의 불황에 대비가 필요한데 ①디지털 전환을 통한 사업구조의 변화와 비용 절감, ②국적선사들이 시장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 ③새로운 시장 진출 모색, ④톤 세제 연장을 들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전환은 선사에게 최적화를 통한 수익 극대화와 거래 비용의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 자체적인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중소 선사의 경우 이미 서비스를 운영 중인 디지털 포워더와 협력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 공동행위 실행 및 신고 등의 후속 업무 처리, 한국화주협의회, 항만 터미널 등과 협상력 제고 등을 위해 공동 협의체가 필요하며 시장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플랫폼이 효과적인 대응수단이 될 수 있다.
현재 10개 이상의 국적선사가 참여하는 동남아 항로는 성장 잠재력이 높지만 세계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으로 타 항로 서비스 진출도 새로이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신규 시장 진출 시 성공 가능성이 낮을 수 있으므로 대상지역의 선사를 인수하거나 국적선사들이 공동 운항하는 방안도 고려 가능하다.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에서도 선사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선사 입장에서 세액의 불확실성을 크게 낮출 수 있는 톤 세제 연장이다. 우리나라에서 2005년부터 실시된 톤 세제는 2024년 일몰 종료가 예고되어 있어 연장 논의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한국해양진흥공사에서 해운산업의 구조조정과 ESG에 대응하기 위해 조성된 ‘위기대응 펀드’의 안착과 함께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될 수 있는 시장 여건 마련도 필요하다.
수요 충격과는 다르게 공급과잉은 장기간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향후 컨테이너 시장의 구조적인 약세는 피할 수 없다. 시장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기업 자체적인 비용 절감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디지털’, ‘탈탄소’와 같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할 경우 시장 내 경쟁력이 상실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