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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도로스 마을을 만들자
기고/ 마도로스 마을을 만들자
  • 해사신문
  • 승인 2023.04.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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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민 / 경영학박사
이마린(주) 대표이사
해양환경안전학회 부회장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에 가면 독일마을이 있다. 이 마을을 조성한 지는 20여년 밖에 안됐지만 이제 남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남해 여행코스에서 꼭 가볼만한 곳으로 제일 많이 추천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1960~70년대에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파견되어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독일거주 교포들이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고, 한국인들에게는 독일의 이국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2001년부터 조성한 곳이다. 남해군은 사업비 약 30억원을 들여 40여 동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택지를 독일교포들에게 분양하고, 도로·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을 마련해주었다고 한다.

이 마을은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와 동천리, 봉화리 일대 약 10만㎡의 부지에 걸쳐 조성되어 있으며 독일식 주택들이 모여 있는 독일교포 정착마을로 산과 바다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동천리 문화예술촌 안에 있다. 독일 교포들이 직접 독일에서 건축부재를 수입하여 전통적인 독일 양식 주택을 건립하였는데 이 주택들은 독일교포들의 주거지로 또는 휴양지로 이용되며, 관광객을 위한 민박으로도 운영된다.

이곳이 조성되고 난 이후 폭발적으로 관광객이 늘어났으며 또한 10여전 독일마을맥주축제를 처음 열어 매년 흥행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성공적인 행사로 자리잡았고 11회를 맞는 금년도에 기획단을 출범시킬 만큼 남해군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금년 2월에는 독일마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할 독일마을 정책 자문단도 출범시켰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모집해 최종 20여명을 뽑았는데 이들은 독일마을 호텔 스타트업, 독일마을 공식 BGM 개발, 공식 기념품 개발, 도르프 청년마켓, 맥주 축제 콘텐츠 강화 방안을 찾고 그에 따른 신박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라 한다.

그곳에 가보기도 하고 종종 뉴스를 접하자니 괜한 심통이 발동한다. 남들의 소문난 축제 구경이나 하고 부러워할 게 아니라 우리 마도로스도 마을 하나 만들어 보자. 그들이 한시적으로 머나먼 타국에 나가 산업역군으로 활동했던 것이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면 그 이전부터 오늘날까지 그보다 훨씬 많은 청춘들이 백발이 되도록 험한 파도 밭에 나아가 목숨을 담보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마도로스에게는 마을이 아니라 항구도시 하나쯤 만들어 줘도 아깝지 않으리라.

정부나 지자체만 쳐다보지 말고 우리 스스로가 나서보자. 청춘을 바다에서 헌신한 선배 마도로스를 위해 바닷가 인접 풍광 좋은 곳에 그들이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작은 안식처인 마도로스 마을을 조성해보자. 백발의 마도로스 특히 은퇴 선기장들의 남은 인생의 터전을 마련하여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도록 등대, 요트, 선박의 선원거주구역 등 다양한 형태의 집을 짓고 마을 입구에는 상징탑도 세우자. 선박모형물과 앵커탑, 선박 기자재, 항해장비, 선용품, 안전장비 등을 전시하고 전 세계를 돌며 역사적인 순간들을 담은 사진들도 모아보자. 

평생을 바친 바다에서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한 그들을 위해 흥겨운 독도제, 해성제 등 축제도 열게 하자. 그리고 승선 중에 각각의 나라에서 수집한 여러 가지 물품 즉, 열쇠고리, 동전, 지폐, 우표, 포스트카드, 컵, 기념품 등 전시장도 만들자. 물론 과거를 회상할 수 있도록 해양관련 학교생활 모형물도, 그때 입었던 제복도, 공부했던 교재도 전시하면 좋으리라. 

마을 입구 한쪽에는 씨맨스 클럽을 만들어 마을 회관처럼 이용하되 방문자들을 환영하는 장소로 이용하자. 근처 바닷가에 작은 선착장을 만들고 요트도 띄우고 서핑도 즐기도록 하자. 폐실습선도 가져다가 수리하고 예쁘게 꾸며서 방문자들의 승선체험이나 숙박시설로 이용하는 낭만적인 호텔로 운영하자. 세계 각국의 향기를 느끼도록 로컬푸드점도 열자. 

1인 숙박(야영) 시설로 폐 라이프보트(이동식-바퀴달린)를 이용해 1인 숙박시설을 만들어 맑은 날에는 자면서 밤하늘을 볼 수 있게 하고 궂은 날에는 눈, 비를 막을 수 있는 천막을 설치할 수 있게 설계하자.

브릿지 형태의 전망 좋은 까페도 두고 늘 긴장의 연속이었을 항해의 시간을 지우고 여유와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끼도록 하자. 해양문학도를 꿈꾸는 사람을 위한 작은 도서실이나 문학관도 만들자. 자신의 자서전을 쓰고 항해일기도 작성해보고 작은 문학회도 열자. 화가가 꿈이었던 누군가를 위해 미술동호회도 만들고 둘레길, 산책길을 만들어 숨 막혔던 바다생활을 잊고 여유로운 삶을 누리도록 설계하자.

그래서 현직 마도로스에게 미래의 안식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더불어 바다를 꿈꿨던 많은 사람들에게 대리만족할 수 있는 관광지를 우리도 만들어 보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는 따뜻한 환영과 더불어 해운인들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딛고 오늘날의 해운역사를 이룩했는지 역사전시관도 만들어 홍보하고 바다에 보다 친숙하도록 다양한 해양레포츠와 축제, 음식 등을 소개하자. 생각느니 우리에게 이렇게 많은 가능성이 있었다니 그것을 옆에 두고 챙기지 못했다니 다만 부끄럽고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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