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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도로스 박물관을 건립하자
기고/ 마도로스 박물관을 건립하자
  • 해사신문
  • 승인 2023.03.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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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민 / 경영학박사
이마린(주) 대표이사
해양환경안전학회 부회장

 

어려서 박물관은 국립박물관 그러니까 화려하고 웅장하며 국보급이나 나라의 보물을 전시하는 곳으로 인식되었다. 마도로스가 되어 꽤 많은 외국여행을 하다보니 각 나라마다 규모가 작고 단일 대상의 박물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국내에서도 이제 특정 박물관이 여기저기 생겨났다. 우리나라 곳곳에 자연사 박물관이나 추억의 박물관부터 역사박물관, 민속박물관, 공예박물관, 고궁박물관, 항공박물관 등은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서울의 세계장신구박물관, 파주의 근대사박물관, 제주의 세계조가비 박물관, 유리박물관, 본태박물관, 수원의 화장실 박물관, 진천의 종 박물관, 안산의 유리섬 박물관, 군산의 근대역사박물관, 포항의 등대박물관, 강릉의 참소리축음기박물관, 보성의 한국차 박물관, 춘천의 에니메이션 박물관, 상주의 자전거박물관, 부천의 한국만화 박물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박물관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초콜릿 박물관, 자동차 박물관, 이한열 박물관, 김씨 박물관 등등 보통 사람들의 예상하지 못한 박물관들도 존재한다.

그러다 문득 마도로스의 역사와 여러 유물들을 모아 전시하는 마도로스 박물관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마도로스의 역사 또한 대한민국 역사와 함께할 만큼 오래되었고 역동적인 사건사고들이 많다. 

장소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부산 중앙동이나 목포 구시가지에 마도로스 박물관을 설립하고 마도로스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하여 마도로스의 지난하고 위대한 역사를 국민들에게 홍보할 기회를 만들자.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에 일엽편주 낙엽 같은 어선에 올라 국민건강을 위해 물고기를 잡아 건강식단을 만들어왔으며 낡은 상선을 타고 달러를 벌어들여 국가경제에 이바지한 그들의 삶을 조명해 줄 전시관을 이제라도 만들어 그들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도록 하자.

바다라는 친근한 이미지에 비해 선원이라는 부스시한 인상을 지워버리도록 그들의 가족과 국가를 위해 청춘을 바쳤던 헌신의 세월과 보통 사람들이 근접하지 못했던 공간을 공개하여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하자.

그저 배가 입항하면 항구 선술집에 앉아 술이나 퍼마시는 주정뱅이 이미지보다는 그들의 삶이 그토록 고달프고 외로웠다는 이해를 돕도록 바다의 현장을 펼쳐보자. 24개월 동안 땅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출렁대는 작은 배안에서 뻣뻣한 삭신들이 모여 오직 물고기만을 뒤쫓던 그들, 일 년은 기본이고 추가 연장해서라도 상갑판을 누벼야했던 그들, 그 기간은 가족의 목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친구 소식조차 감감했던 눈물 젖은 세월, 그런 한 많은 청춘의 시간을 누군가의 작은 위로라도 필요하고, 힘들었지만 자신의 따뜻한 추억으로 되살리는 행복한 시간을 되찾을 수 있도록 작은 마음의 공간을 만들어 봅시다. 

마도로스는 곰방대나 물고 너른 바다를 바라보며 유유자적하는 삶이라 여기는 사람에게 바다의 삶이 얼마나 바쁘고 위험한 현장인가를 생생히 정리하여 보여주자.

중이 제 머리 못 깎고 당사자는 자신을 내비치는 일은 쑥스럽게 생각한다. 그들이 누볐던 오대양을 소개하고 겪었던 대형사고, 전쟁, 해적 등의 불꽃같던 역사를 정리하고 명태 잡이, 참치 잡이 등 원양어선의 전쟁같은 일상을 정리하자. 생선 한 마리가 우리 밥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흘려야하는지 보여주고 해기사들이 벌어들인 외화가 얼마나 국가부흥을 위해 밑거름이 됐는지도 주목해보자. 다른 한편으로 마도로스들이 바다에 뿌린 고독과 외로움을 이제라도 달래주고, 바다에 수없이 버려두고 온 자존심을 이제라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줍시다. 

특별해역과 양대운하 즉 파나마와 수에즈운하, 페르시안 걸프(만),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세계 미항들도 소개 하자. 바다의 주요어장을 소개하고 수많은 생선들도 소개하자. 많은 젊은이가 바다에 친근감을 느끼게 도와주고 그 곳에 푸른 꿈을 심을 수 있도록, 갈매기의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멋진 바다를 소개해 보자.
어떻게 선원들이 태어나고 만들어지는지 그 복잡하고 힘들었던 과정도 전시하여 마도로스였음에 자부심을 갖게 하고 가족과 사회를 위해 기꺼이 봉사했던 희생에 대해 감사의 상을 수여하는 기회로 삼아보자. 그래서 혹여 마도로스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나 인상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진정 우리사회가 이렇게 발전하는데 훌륭한 기둥역할을 했음도 알게 하자. 

누군가 알아주기를 기다리기보다 타인의 사랑을 갈구하기보다 우리 스스로 다독여주고 사랑으로 감싸 안아 주자. 먼데서 보낸 백 마디 위안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온기가 훨씬 따뜻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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