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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 개발과 보존의 공존'…"시드니, 인천의 좋은 롤모델"
'항만 개발과 보존의 공존'…"시드니, 인천의 좋은 롤모델"
  • 노컷뉴스
  • 승인 2022.09.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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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하버, 워터프런트 개발의 모범적인 표본"
새로운 랜드마크와 육상·수상 교통 체계 구축한 '바랑가루'
개발 대신 보존 '시드니의 인사동' 록스
항만 개발 성공 비결은 '전담기관 설립과 무료화'
'제물포 르네상스'…항만 재개발 숙제 받은 인천시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왼쪽)와 하버브리지 전경. 호주관광청 제공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왼쪽)와 하버브리지 전경. 호주관광청 제공

"시드니는 그동안 항만 개발을 놓고 개발과 보존을 동시에 추진한 도시로, 인천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18일 호주 시드니에 15년째 사는 여행작가 이채룡(44)씨가 시드니 내항인 달링하버와 록스를 둘러보며 한 말이다.
 
시드니는 달링하버(Darling Harbour)와 록스(Rocks), 바랑가루(Barangaroo), 서큘러키(Circular Quay) 등 낡은 항만을 재개발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했다. 이씨는 시드니가 항만 재개발과 재생 전략을 적절히 혼용해 성공적인 항만 재개발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달링하버, 워터프런트 개발의 모범적인 표본"

달링하버는 해마다 25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시드니의 명소 중 하나다. 이곳은 시드니항의 낡은 항만시설과 버려진 철도부지를 재개발해 아름답고 쾌적한 워터프런트(수변공간)로 탈바꿈시켜 항만 재개발의 이상적인 모델로 평가받는다.
 
1826년부터 항구로 본격 개발된 달링하버는 호주를 대표하는 항만으로 성장했지만 1950년대 전철과 고속도로 등 육상 교통망의 발달로 물동량이 줄고, 1980년대에는 인근에 보타니항이 새로 건설되면서 쇠퇴하면서 1984년 무역항의 기능을 상실했다.
 
빈 창고, 방치된 철도, 소형 선박이 이용할 수 있는 목재로 된 낡은 접안시설만 남은 달링하버를 재개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당시 뉴사우스웨일즈주 정부는 "산업지역 달링하버를 시드니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구호를 내걸고 재개발 계획에 착수했다.
 
공공과 민간부문의 역할 분담 등 전략적인 재개발을 3단계(1984년~2000년)에 걸쳐 추진해 해양관광 특구로 변모했다. 수변시설 개발 때 해상 매립 대신 옛 항만지역을 철거해 부지를 확보했다.
 

달링하버 전경. 주영민 기자
달링하버 전경. 주영민 기자

달링하버는 초고층 빌딩이나 거창한 랜드마크 대신 기존 건물을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재개발됐다. 특히 바다와 맞닿은 공간, 즉 수변을 시민에게 완전히 개방했다. 폭 20~40m가량 되는 이 공간을 시민들의 산책로로 개조하고 그 뒤 공간에 쇼핑시설과 식당, 수족관 등 상업시설을 배치했다. 식당 건물 상당수는 과거 부두에 있던 건물을 그대로 활용했다. 그 뒤 공간에는 호텔 등 대규모 숙박시설이 들어섰다.
 
결과적으로 눈길을 확 끄는 대형 건축물은 없지만 특정 업체나 개인이 수변과 경관을 독점하지 않은 수변 공간이 완성됐다. 달링하버에는 6000명 이상이 묵을 수 있는 숙박시설, 80여개의 식당·카페·대중술집이 있다. 여기에 근무하는 사람도 4000명이 넘는다. 연간 2500만명 이상 관광객이 이곳에서 먹고 자고 마시고 물건을 사면서 시드니 경제의 한 축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지만 최근 호주 정부가 마스크 착용 규제를 푸는 등 방역체계를 완화하면서 다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이날 달링하버에서 만난 시드니 거주민 콜린(40)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곳을 오는데 공연을 보고 좋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등 즐길 거리가 많다"며 "남녀노소 상관없이 즐길 거리가 많다는 게 이곳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시드니 시내 지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제공
시드니 시내 지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제공

새로운 랜드마크와 육상·수상 교통 체계 구축한 '바랑가루'


달링하버 재개발에 성공한 주 정부는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바랑가루의 옛 산업지역 22만㎥를 상업시설 위주로 재개발했다. 사람들이 산책과 조깅 등을 즐기는 공간을 수변에 확보한 것은 달링하버나 마찬가지이다. 40여개의 고층 업무용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드니 최대 높이 건축물인 78층의 크라운호텔도 지난해 들어섰다.
 
달링하버가 기존 항만시설을 재이용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면 바랑가루는 최근 추세를 따라 비교적 높은 마천루가 들어섰다. 여기에 '수상버스' 개념의 여객선을 대거 투입하면서 시드니의 또 다른 교통체계를 구축했다.
 
초고층의 숙박시설과 수상교통 체계를 구축하면서 시드니의 교통체계도 더욱 풍부해졌다. 해안선이 복잡한 시드니의 여건을 이용해 전철과 버스, 수상버스 등 3개의 대중교통 체계를 완성했는데, 이들 교통수단은 환승이 가능하다. 시드니의 수상버스는 9개 노선, 40여개의 역을 두고 있다.
 
달링하버에서 전철이나 트램, 버스를 이용하면 오페라하우스까지 20여분이 소요되지만 여객선을 이용하면 7~8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
 

바랑가루 전경. 주영민 기자
바랑가루 전경. 주영민 기자

시드니 거주민 권영은(가명·39·여)씨는 "수상여객선의 역들이 도심지나 각 지역 거주지와 가까워 시드니 중심지에서 먼 지역 거주자들이 이용하기에 편하다"며 "출퇴근 시간대 교통수단으로도 매우 유용해 점점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 대신 보존 '시드니의 인사동' 록스

달링하버와 바랑가루가 항만 재개발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면, 록스는 항만시설을 보존하는 방식을 이용해 성공한 지역이다.
 
록스는 오페라하우스 맞은 편, 하버브리지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록스는 200여 년 전 이곳으로 유배된 영국의 죄수들이 바위 위에 마을을 건설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호주 현대사가 시작된 곳으로 초기 이민자들의 애환이 서려 있다. 19세기 시드니가 항구 도시로 번성하면서 록스에 선술집과 상점, 은행 등이 들어섰고, 지금과 같은 상업지역으로 탈바꿈했다.
 
당시 노숙인이나 항만 노동자들이 지내던 공공주택이나 창고, 해사학교 등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보존해 100여년 전 건물 양식을 엿볼 수 있다. 과거의 건축물들은 고풍스러운 상점과 아기자기한 노천카페, 갤러리, 미술관, 호텔 등이 들어서면서 '시드니의 인사동'같은 인상을 준다.
 
록스 거리에서 눈에 띄는 것은 현지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주점(Pub)이다. 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게다가 1896년 개업해 시드니에서 가장 오래된 주점도 있다. 결과적으로 달링하버가 뛰어난 접근성을, 바랑가루가 유행을 추구했다면, 록스는 '고풍스러움'을 장점으로 항만 개발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시드시가 달링하버~록스를 잇는 트램 노선을 개설하면서 접근이 더욱 쉬워졌다.
 

록스의 한 근대건축물. 만든지 100년이 넘은 이 건축물은 과거 무역회사의사무소 등으로 쓰였으나 지금은 사무실, 미술관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주영민 기자
록스의 한 근대건축물. 만든지 100년이 넘은 이 건축물은 과거 무역회사의사무소 등으로 쓰였으나 지금은 사무실, 미술관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주영민 기자

항만 개발 성공 비결은 '전담기관 설립과 무료화'

시드니의 항만 재개발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뉴사우스웨일즈주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한몫했다는 평가다. 당시 주 정부는 달링하버 재개발을 위한 법을 제정하고 전담 기관인 '시드니항만연안공사'를 설립했다. '계획수립-건설-관리' 권한을 모두 이 기관에 부여했다. 재정을 지원했지만 간섭은 최소화했다.
 
자율성을 가진 공사가 애초 정한 계획대로 일관성 있게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연계효과도 나타났다. 적극적인 선행투자를 통해 민간 투자도 활발했다.
 
개발 이후에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매년 새해 불꽃축제(1월), 호주의 날 축제(1월), 겨울 음악회(7월), 크리스마스 축제(12월) 등 연중 다채로운 행사를 열어 관광객들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이채룡 작가는 "시드니 항만 재개발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에는 모든 즐길거리와 건축물 입장을 무료로 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라며 "비용을 최소화해 소득과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배경을 마련한 게 시드니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국제여객터미널도 오페라하우스 인근에 있어 선박을 이용해 입국한 해외 관광객이 별도 교통비용을 들이지 않고 시드니의 대표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는 점도 시드니 관광객 유입에 도움을 주고 있다.
 

서큘러키 전경. 전철역과 여객선 부두가 함께 있어 여객선-전철 환승역으로 시민들이 늘 북적인다. 주영민 기자
서큘러키 전경. 전철역과 여객선 부두가 함께 있어 여객선-전철 환승역으로 시민들이 늘 북적인다. 주영민 기자

'제물포 르네상스'…항만 재개발 숙제 받은 인천시는?

인천시는 현재 인천항 내항 재개발과 원도심 재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 계획을 구상 중이다.
 
'제물포 르네상스'는 해양수산부 소유 내항 일대 182만㎡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받아 역사·문화·해양관광·레저·문화 중심의 '하버시티'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 사업은 1980년대까지 인천의 중심지 기능을 담당했지만, 현재는 쇠락한 중구·동구 원도심을 살려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된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15일부터 오는 22일까지 항만 재개발 해외 사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싱가포르와 호주 시드니 등을 찾고 있다. 유 시장은 인천 원도심인 제물포 지역을 인천항 내항과 연계해 공공성과 상업성이 조화된 재개발을 구상 중이다. 유 시장은 이날 클로버 무어 시드니시장을 만나 항만 재개발에 대한 의견을 나눈 뒤 '바랑가루 관리청'에 방문해 최근 시드니의 항만 재개발 사업 추진 상황을 확인했다.
 
유 시장은 "이번 항만 재개발 해외 사례 순방을 통해 항만 재개발의 다양한 면을 보고 있다"며 "여러 장점들을 파악해 제물포 르네상스의 성공적인 추진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시드니 여객선 노선도. 9개 노선 40여개의 역이 있다. 시드니시 제공
시드니 여객선 노선도. 9개 노선 40여개의 역이 있다. 시드니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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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ymchu@cbs.co.kr

<노컷뉴스에서 미디어N을 통해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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