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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이사제 확대를 통한 경제민주화 실현, ESG 경영과 함께 협력적 노사관계를...
기고/ 노동이사제 확대를 통한 경제민주화 실현, ESG 경영과 함께 협력적 노사관계를...
  • 해사신문
  • 승인 2022.02.0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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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공공연구노조 영호남지역본부장(부위원장 겸직) 한국선급지부장 최일중

 

지난 1월 11일, 노동이사제를 공공기관에 도입시키기 위한 관련 법안으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132개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에 이르면 오는 7월에 적용된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 발표된지 5년이 지나서야 시행되는 것이다. 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재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법률안이 통과된 것은 아무래도 대선 정국 시점에서 여야 유력후보자들의 지지에 힘입은 결과의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다.

법률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공기업·준정부기관 비상임이사 1명은 3년 이상 재직한 해당 기관 소속 노동자 중에서 노동자 대표의 추천이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다. 노동계는 선진국형 경제체제의 흐름상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법안이지만, 입법 취지에 잘 맞는 노동이사의 역할이 발현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경제계는 민간분야 확대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메이저 언론사들을 통해 노동자들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들을 내세우며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이사제를 주도해 온 정부의 의도와 이미 실행 중인 지방자치단체의 노동이사 운영현황은 어떨까 궁금해 질 수 있다. 정부는 노동이사제를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라는 국정과제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로 정착시키고자 했으며, 이는 헌법으로부터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헌법 제119조 제2항)” 이 헌법 조항은 국가가 경제체계 근간을 위해 준수해야 하는 첫 번째 조항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노동이사제 도입 확대의 핵심적 이유를 노동자 경영참여와 함께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경제민주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관련 법률의 개정 이유는 기존 공공기관 임원의 구성이 실질적인 공공성 강화 및 투명한 경영을 위한 기준에 못미치고 있어 이를 공공 목적에 맞게 강화하는데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2016년 9월 서울시를 중심으로 시작되어 현재 여러 시·도 공공기관에서 100여명의 노동이사가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전국공공기관 노동이사협의회가 정식으로 출범되었을 정도로 최근 지자체 공공기관 노동이사들의 활동은 활발하다. 이 또한 이번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노동이사제의 기본 틀은 유럽의 주요 노동 선진국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이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일방적 경영 지배구조 방식을 개선하고 노동 존중 투명경영을 위한 노동자 경영 참여 방식을 도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인가?

첫 번째는 기업의 핵심 구성으로써 인적자원인 노동자가 경영 의사결정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그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민주적 경영체제를 확립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 노동자의 직접 경영 참여는 직장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견제와 감시적 기능이 수반될 수 있고, 이는 경영의 객관성과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기업의 노동자가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사용자들이 경영권의 명분으로 점유해온 경영정보를 노동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자들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암실에서 독선경영을 일삼는 기업은 노사 간 갈등해소를 위해 필수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영진이 주도한 이사회의 구성원들이 갖지 못한 노동자들의 다양한 관점과 지식,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업의 성과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경영자 측의 주무부서는 이사회 안건을 이사들에게 사전 설명 및 조율한 후에 상정하기 때문에 이사회가 경영 전반에 대해 실질적인 건설적 비판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노동이사는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이미 세계 10위권을 고수하고 있다. 노동집약형 산업체계에서 생산성 증대에 몰두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던 시대는 이제 고려될 수 없다. 국가의 경제규모에 따라 정치·사회·경제적 관점에서 경영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기업의 인적자원의 측면에서 노동자들의 인권과 안전, 삶의 질이 우선시 되고 있고,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서는 노동자를 인적자본으로 보며 경영의 핵심적 이해관계자로 경영 참여 대상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더 이상 우리나라도 노동이사제가 담고 있는 긍정적 영향력이 기업 경영의 핵심적 가치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지자체의 재정지원, 정부 지자체 업무 수행 등으로 공공성을 지닌 기관·단체 1300여개를 공직유관단체로 지정하고 있으며, 이번 노동이사제 법안을 도입해야 하는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은 여기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기타 공공기관이나, 공공기관운영법을 적용받지 않는 공직유관단체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해양수산부 산하 주요 법인·단체 또는 기관들의 사례를 볼 때, 자발적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있거나, 노동자가 이사회 및 임원추천위원회 참여 등을 통해 경영에 관여하는 방식으로 대다수의 기관들이 노사 간의 경영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운영법을 적용받지 않는 애매한 기관 단체들의 통치적 독선 경영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기관 단체들은 경영공시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경영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이사회를 이익 공유 집단으로 활용하며 밀실경영을 자행하고 있다. 투명경영의 사각지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2021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바 있으나, 아직까지 정부에 의한 개선 의지는 없어 보인다.

정부가 노동이사제를 장려하고 확산시키려는 의지와 관련 법안의 개정 취지를 고려해 볼 때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아니더라도, 공직자윤리법에 근거한 공직유관단체 해당 기관 단체들은 공공성 강화 및 투명한 경영을 위해 사회경제적 여건, 법률적 근거를 명분삼아 자발적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노동이사제의 민간 영역 확대를 막기 위한 경제계의 반발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공공 및 민간분야까지 오랫동안 정착시켜온 유럽 국가들과 우리나라의 역사적 배경과 노사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문화의 차이는 분명히 있고, 자유로운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일 것이다. 사회적 규범과 법을 시행하면서 우려와 염려는 있을 수 있지만,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공공성, 투명성 및 객관성을 차단하는 방식은 이제 허용되기 힘든 시대이다. 이윤 추구가 반드시 동반되는 민간 기업의 경우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SG 경영패러다임이 정착되고, 공직유관단체들의 노동이사제 운영 사례들이 축적되면서 우리나라 경제구조에 맞는 안정적 제도가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들의 노동이사제 운영 경험을 통해 다양한 제도적 보완점이 도출되고 있을 것이다. 노동이사의 권한과 책임, 역할을 위한 활동 보장이 필요하고, 경영 참여에 필요한 전문성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러 이사회 구성원 중 노동이사는 겨우 1명으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노동이사의 자질과 역량이 부족할 경우 권한 행사의 한계가 있을 수 있고, 자칫하면 고립된 투명인간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노동계 관점도 있다.

공공분야든 민간분야든 할 것 없이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의 핵심가치를 받아들이고 있다면, 노동자를 경영의 핵심적 이해관계자로 수용하고 노사 간의 협력적 경영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노사 갈등 해소의 기본이 될 것이다.  

<<본문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견해이며, 본지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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